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여부 조사가 시작됐지만 앞으로 오염 조사나 배상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미군기지 반환 때마다 문제가 돼 온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모호한 '환경조항' 때문이다.
SOFA에 환경 관련 조항이 처음 만들어진 건 2001년. 이 조항에서 한미 양국은 "한국 정부의 환경 관련 법령과 기준을 존중한다"고 했다.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건 아니고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그해 양국이 작성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서는 오염 치유의 기본적인 기준으로 '밝혀진(Known) 급박하고(Imminent) 실질적으로(Substantial) 위험을 초래하는(Endangerments) 오염'이라는 미국의 'KISE' 규정을 명시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 반환이 잇따르면서 오염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런 오염 평가 기준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치유 비용은 미군측에서 부담하지만 그건 미군이 적용한 기준을 넘어서는 오염에 한한 것이다. 미군이 KISE 기준에 따라 치유가 불필요하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를 한국측이 검증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반환 받은 뒤 오염이 심하면 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오염자 부담 원칙'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는 2009년 SOFA 부속서로 '공동환경평가절차서'를 채택해 공동 평가 관행을 확립했지만 조사 기간이 짧아 평가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평가 기준이 KISE 그대로다.
칠곡 사태는 물론 통상적인 미군기지 반환 때 문제 되는 기름 유출에 따른 토양, 지하수 오염과는 성질이 다르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오염은 빌려준 땅이면서도 미군이 허락하지 않으면 한국측 임의 조사가 불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신속하게 한미 조사단이 꾸려지고 미군도 적극 협력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SOFA 환경조항 때문에 실제 오염을 확인한 뒤 정화ㆍ배상하는 단계에서 한미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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