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파키스탄의 밀착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과정에서 벌어진 미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틈을 제대로 파고 드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파키스탄이 아라비아해와 인접한 남부 항구도시 과다르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2007년 완공된 과다르항은 파키스탄에서 대형 화물선 정박이 가능한 유일한 항구다. 당초 싱가포르 PSA인터내셔널이 40년간 독점 운영권을 가졌으나, 항구를 관할하는 발루치스탄 주정부는 항만운영 수익이 불충분하다며 PSA와의 계약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 아흐마드 무크타르 국방장관은 "PSA와의 계약이 틀어질 경우 과다르항 운영권을 인수해 달라는 요청도 중국 측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과다르항을 둘러싼 중국과 파키스탄의 거래에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이른바 '진주목걸이' 프로젝트로 불리는 해양 수송로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인도양, 페르시아만을 하나로 잇는 거대 수송로를 완성해 원유 및 천연자원을 실어 나를 안정적 루트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의 주요 거점에 항구 건설과 시설 현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과다르항은 이 같은 중국의 구상에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고 파키스탄은 중국의 지원으로 과다르항을 남아시아의 물류 중심으로 키우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의 유대관계가 순수하게 상업적인 것만은 아니다. FT는 파키스탄 고위 관리의 말을 빌려 "건설될 해군기지에 중국 군함들이 정기적으로 드나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는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파키스탄 입장에서도 중국 군함의 주둔은 최고 앙숙인 인도를 견제하는 데 나쁠 게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라는 인도와 미국.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인도는 두 핵 강대국에 포위되는 꼴이고, 미국 입장에서도 야금야금 해양 지배권을 넓혀가는 중국이 달가울 리 없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키스탄은 미국을 대체할 최고의 파트너로 중국을 선택했다"며 "과다르항은 중국 진주목걸이 전략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미 과다르항 건설자금 2억4,800만달러 가운데 80%를 부담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으로서 최근 중국의 차세대 전투기 'JF-17 선더' 50대를 구매키로 했고 4,400톤 규모의 프리깃함 4대와 최신형 잠수함 6대를 들여오는 협상도 하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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