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파문으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한 목소리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군의 중대한 환경범죄에 대응할 우리 정부의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SOFA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2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고엽제 사태와 관련,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SOFA도 개정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 SOFA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은 "이를 계기로 모든 미군기지에서 환경오염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도 일제히 SOFA의 불평등 측면을 거론하며 개정을 촉구했다.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SOFA에 따르면 환경 오염이나 범죄 등 많은 문제에서 미군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협의 요구에 미군이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마련된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내용을 보면 '논의한다' '노력한다' 식으로 돼 있어 환경범죄 처벌, 조사, 피해 구제 등에 대한 미군의 구체적인 의무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은 "SOFA에는 환경 오염과 관련해 미군이 '한국 법령과 기준을 존중한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고 2001년 양해각서에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에 대해서만 미군의 치유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SOFA 개정을 촉구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이번처럼 명백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미군의 동의가 없어도 우리 측의 강제 조사가 가능하도록 SOFA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미 정기 환경 조사, 미군 자료 및 현장(미군기지)에 대한 접근권 등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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