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무려 2,000여㎞를 특별열차로 한 번도 쉬지 않고 30시간을 내리 달려 장쑤성(江蘇) 양저우(揚州)를 찾은 것은 바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23일 밤 양저우 영빈관에서 장 전 주석(84)이 마련한 환영만찬에 참석해 장 전 주석과 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놓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김 위원장이 2006년 1월 방중 때 장 전 주석을 별도로 찾은 이후 5년만이다. 이날 만찬은 중국 장쑤성 전통예술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포도주가 오가며 2시간30분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불원천리 달려와 장 전 주석을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위원장은 과거 장 전 주석의 재임시절인 2000년, 2001년, 2004년 방중해 정상회담을 가졌고 후진타오(胡錦濤) 현 주석 시절에도 그를 따로 만날 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은 장 전 주석과 함께 고 김일성 주석의 일화를 거론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장 전 주석이 전격적으로 한중 수교를 성사시키기도 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북중 간의 현재ㆍ미래의 협력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김 위원장은 자신의 후계자인 삼남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에 대해서도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2012년 강성대국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계획에 따라 경제발전을 위한'북한식 개혁개방'과 북중 경제협력관계를 연계시킨 나름의 밑그림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석으로부터 개혁개방에 대한 체험적 충고도 경청했을 것이다.
특히 내년 10월 제18차 당대회에서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 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장 전 주석이 대부로 있는 상하이방(上海幇) 계열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장 전 주석에게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변함없는 지원과 협조를 각별히 요청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중국 차기 권력에 대한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을 감안해 북한 후계자에 대한 배려를 요청한 것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두 사람 간에는 북중간 우의의 전통을 이어가자는 큰 그림에 따라 긴밀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중 나흘째인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영빈관을 나서 한장개발구내 IT 업체를 방문한 후 오후엔 영빈관 건너편 SG할인마트 만을 잠시 들렀을 뿐 30시간의 긴 열차 강행군의 피로 때문인지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린 장 전 주석과의 환영만찬을 감안, 고 김일성 주석이 장 전 주석과 함께 방문한 사가법(史可法) 기념관 등의 방문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 무렵에 영빈관에 공연단이 들어가는 것이 포착돼 만찬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