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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여성 무차별 폭행…사고 현장에 가보니/ 역내 CCTV 48대 있어도 모니터 요원 1명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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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여성 무차별 폭행…사고 현장에 가보니/ 역내 CCTV 48대 있어도 모니터 요원 1명 '역부족'

입력
2011.05.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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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0시50분께 서울 지하철2ㆍ4호선 사당역에서 '공포의 질주'가 벌어졌다. 과음을 해 승강장 의자에서 쉬고 있던 A(27)씨가 자신의 치마 속에 손을 넣은 성추행범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한 것. A씨는 출구를 향해 100여m 뛰어가다 성추행범에게 붙잡혀 여자화장실로 끌려갔고, 성폭행 시도에 반항하다 얼굴 등을 수 차례 맞고 쓰러졌다. A씨는 화장실을 청소하러 온 미화원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범인 강모(34ㆍ영어학원 운영)씨는 22일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3일 "자신의 범행이 언론에 알려지자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며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씨의 자수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의문이 생긴다. 역내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4호선 관할구역에만 48대, 당시 근무 중인 직원이 8명이나 있던 훤한 역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하철 역사가 범죄에 얼마나 취약한지 살피기 위해 22일 사고 현장을 찾았다.

역내 CCTV, 범죄엔 무용지물

사당역 4호선 지하2층 역무실. 한 역무원이 40인치 모니터 3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각각의 모니터에 16대씩, 총 48대의 CCTV가 비추는 역내 모습이 8*6.5㎝ 크기의 작은 사각형 안에 나오고 있었다. 화면이 작아 승객들은 머리가 점 하나로 보였고 무엇을 하는지 분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더욱이 CCTV 모니터는 직원 1명이 전담하고 있었다. 사당역은 주간(오전 9시~오후 6시)과 야간(오후 6시~오전 9시)에 각 8명(역무원 5명, 공익근무요원 3명)씩 근무한다. 팀을 짜 안내, 역내 순찰 등을 하는데, 막차 시간이 되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사건 발생 시각인 오전 1시께는 역무실에 직원 한 사람만 남고 2명은 개찰구에서 승객 안내, 다른 2명은 공익요원들과 함께 전동차 내부 점검을 맡는다. 특히 막차 시간을 묻는 전화가 쇄도해 사무실에 혼자 남은 모니터 직원은 전화응대도 해야 한다.

실제 20일 역내에서 강씨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에도 직원이 CCTV를 감시했지만 범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사당역 관계자는 "CCTV화면에 범행장면이 잡힌 것은 10초도 안됐다. 이런 (근무)조건에서 제대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1인 5역, 역무원은 바쁘다

지하철 역내의 CCTV가 범죄에 속수무책인 건 다른 역도 마찬가지다. 지하철7호선 이수역은 46대의 CCTV 화면을 보는 모니터가 단 1대, 이마저도 모니터 크기가 14인치에 불과해 CCTV를 9대씩 나눠 10초씩 돌아가며 본다. 46대의 화면을 한번씩만 확인해도 50초가 넘게 걸린다.

이수역은 특히 개찰구 옆에 마련된 'i고객센터'에서 CCTV 화면을 감시하는데, 이 직원은 승객 길안내, 전화응대, 노약자 발권 돕기, 장애인 휠체어리프트 사용 돕기 등 혼자 다섯 가지 업무를 동시에 보고 있다.

신도림역 교대역 강남역도 1명의 직원이 30~40개의 CCTV를 2~3개의 모니터로 작게 분할해 감시하고 있으며, 종로3가역은 CCTV 총 63대 중 48대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CCTV는 녹화를 하기 때문에 사건 원인규명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제대로 감시하려면) 운임을 대폭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범죄 예방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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