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아이들은 자기중심의 세계를 벗어나 주변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친구들과 어울려 조사 숙제도 할 수 있는 시기다. 낱말의 추상적인 뜻을 이해하면서 어휘력이 늘어나고 책에 푹 빠져들게 된다. 소근육 감각이 발달하여 만들기나 악기 연주 능력을 발전시키기에도 좋다.
이에 맞춰 교육과정도 다양한 교과로 분화되어 영어를 비롯해 9개로 늘어난다. 그만큼 학습 부담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교과마다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3학년 교과서를 보면 교과 학습을 시작할 기초 활동이나 개념은 간략하게 제시되거나 생략되고, 고학년에게서나 나올법한 어려운 개념이 튀어나온다.
국어를 보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어휘실력에 비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아이들의 말을 다듬어줄 시간은 부족하다. 읽기를 보더라도 7차 교육과정에서는 1차시에 2~3쪽 되던 것이 4~8쪽으로 늘어나 읽고 수업을 하기가 어렵다. 듣기 말하기와 쓰기는 그냥 붙여놓아서 너무 두껍고 무겁기까지 하다.
수학은 창의적 사고를 기른다면서 생각을 쥐어짜게 만든다. '왜 21÷3=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라'거나 '나눗셈 몫을 횟수와 개수로 나누라'는 식이다. 복잡한 도형을 밀고, 돌리고, 뒤집는 장면에 가서는 교사나 아이나 머리가 뱅뱅 돈다. 7차에서 5학년에 나온 내용보다 훨씬 어렵다.
사회 교과에는 처음 배우는 자연환경을 지형과 기후로 나누라는데 그 뜻은 4학년에 나온다. 인문환경이란 말도 나오고, 6학년에나 나올 열대, 냉대, 한대 기후를 보고 우리 동네 기후를 찾아보라고 한다. 사회책을 이해하려면 세계여행을 다녀와야 할 정도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뒤죽박죽이고 뒤섞여있어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다.
과학에서는 4학년에서도 어렵던 '두부 만들기'가 내려왔고 탄소화합물 같은 개념까지 나온다. 수학에서는 ㎖를 들이라 하고, 과학에서는 부피라고 해서 혼란스럽다. 교과 간에 서로 협의가 안 된 까닭이다.
이렇게 모든 교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영어까지 배워야 한다. 알파벳을 한 차시에 몇 개씩 배우다가 2학기에는 파닉스(단어 읽는 법)를 간략하게 배운다. 이 시간만으로 영어 교과서에서 요구하는 기능을 익히기는 어렵다. 올해는 검정교과서로 배우는 첫 해라 단원 순서도 달라서 교사들도 정보교환이 어렵고 새로운 것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3학년 교과서는 교과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교과마다 공부해야 할 양도 너무 많고 아이들 발달 수준에 비해 어렵게 돼 있다. 교과 안에서도 체계가 없이 뒤죽박죽이고, 교과 간에도 같은 개념을 다르게 표현해놓아 아이들 입장에서는 배워도 제대로 정리되는 것 없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1, 2 학년까지 공교육과 아이를 믿고 꿋꿋하게 버티던 많은 학부모들도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게 3학년 교과서다.
신은희(충북 비봉초등학교 교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