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에 막혀 철회키로 한 세빛둥둥섬의 펜디(FENDI) 모피 패션쇼를 다시 열기로 했다. 1주일여 만의 반복인데, 시 행정이 여론에 냉ㆍ온탕을 오간다는 지적이다.
행사를 여는 펜디 측은 23일 "내달 2일 예정대로 세빛둥둥섬 패션쇼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펜디 측은 "패션쇼를 가방 구두 등 다양한 아이템을 함께 소개하는 라이프 스타일 개념으로 확대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모피 제품이 포함되지만 마지막까지 전시 품목을 조율하는 패션쇼 특성상 몇 점이 등장할 지는 미리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펜디 측은 여론을 의식한 듯 "젊은 디자인 인재를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국내 대학생을 로마 본사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세빛둥둥섬의 첫 국제행사로 펜디 모피 패션쇼를 열기로 했다가 동물보호단체 등의 비난이 잇따르자 15일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시는 "모피 제품을 반대하는 사회적 정서가 확인된 만큼 모피제품을 포함하면 패션쇼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펜디 아시아 지사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종현 시 대변인은 "1,200명이나 되는 해외 초청객의 항공편과 호텔 예약이 끝났다고 펜디 측에서 알려왔다. 패션쇼를 취소하면 시의 대외적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세빛둥둥섬 운영사인 플로섬과 펜디가 모두 민간기업이라 시가 조정 권한을 행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시위 계획을 접었는데 다시 모피 패션쇼를 한다고 하니 다른 동물보호 단체와 연대해 현장 시위를 포함해 반대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오승록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공공 공간에 민자사업을 하면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따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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