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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성기업 사태 우려… 부품사 육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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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성기업 사태 우려… 부품사 육성 시급"

입력
2011.05.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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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성기업 사태로 카니발 등 일부 차량의 생산 라인이 멈춰 선데다 피해가 쏘나타, K5 등 모든 차종으로 확산될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한 임원은"차라리 자연 재해라면 본사 직원이라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노사 문제라 개입도 불가능하다"며"지난해 있었던 부품사 다스처럼 문제가 잘 해결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스는 경북 경주시에 있는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다. 다스는 생산품의 100%를 현대ㆍ기아차에 납품하는 업체. 현대ㆍ기아차가 만든 차의 90%에 이 회사 제품이 장착된다. 이런 업체가 지난해 6월 파업에 들어 갔다. 당시 노동계와 재계가 극심한 갈등을 보였던 타임오프 문제가 원인이었다. 당시에도 현대ㆍ기아차에는 이번 유성기업 사태처럼 재고량이 4일여분 밖에 없었다. 다행히 다스는 일주일이 안되어 정상조업으로 복귀, 현대ㆍ기아차는 생산 중단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꼭 1년 만에 다스사태는 유성기업 사태로 재발했다.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언제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당 1,000원이 조금 넘는 피스톤링 부품 공급 차질로 현대ㆍ기아차의 생산라인이 올스톱할 위기에 처하자, 부품공급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2만여 개의 부품이 모여 완성차 1대를 만드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하청 업체의 노사 문제까지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유성기업 사태도 다스처럼 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 양상의 성격마저 갖고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톱3 자리를 노리는 업체인 만큼 국내에서 불가능하다면 해외 예비 공급 업체라도 미리 확보, 위험관리를 했어야 한다는 산업계의 충고도 있다.

실제로 본보가 조사한 결과, 에스엘라이팅(헤드램프), 센트랄모텍(노어암) 등 11개 업체는 생산량의 100%를 전량 현대ㆍ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75% 이상을 현대ㆍ기아차에 몰아주는 업체도 37~38 곳에 이르며 50% 이상도 60~65개에 이른다. 결국 상당수 부품 업체가 현대ㆍ기아차만을 바라보며 사업을 하고, 현대ㆍ기아차도 이들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협소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 시장에도 원인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스톤링의 국내 시장은 1,500억~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술력을 갖춘 유성기업 외에 다른 기업들은 아예 진입을 하지 못했다. 규모가 작아 현대ㆍ기아차는 별도의 수직 계열사도 설립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납품 시간은 물론 순서까지 맞춘 직서열(JISㆍJust in sequence) 방식 조달체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JIS은 도요타의 적기공급생산(JITㆍJust in time) 방식을 발전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한 부품공급 체계다. 재고를 최소화하다 보니 비상 상황에서는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간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재고 확보는 비현실적 방안이라는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계 현실상 위험 관리 대책은 해외 부품사로 눈을 돌리는 것 밖에 없는데 이를 준비하자니 현대ㆍ기아차로서는 여론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국내 부품사의 육성만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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