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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과천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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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과천이 우울하다

입력
2011.05.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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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관악산 자락의 쾌적한 환경, 서울과 고속도로 모두 인접한 접근성, 그리고 정부청사까지 어울려 한때는 강남 부럽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인기는 갈수록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장 큰 악재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사실상 도시의 상징이자 중심기능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나마 정부청사 이전 이후 자족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됐던 과천지식정보타운사업마저도 서민을 위한 5차 보금자리주택지사업으로 대부분 전환될 예정이어서, 도시위상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울상 짓는 부동산 시장

과천은 2006년 3.3㎡ 당 4,000만원을 넘어서며 강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균 시세를 보일 정도로 몸값이 높았다. 물론 지금도 3,200만원을 약간 웃돌며 여전히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3㎡ 당 3,446만원)에 비하면 10% 이상, 최고 때와 비교하면 20% 나 떨어진 상태다. 과천은 서울 주변도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많이 추락한 곳이기도 하다.

수도권 전반을 휩쓴 부동산경기 침체가 원인이었지만, 과천엔 플러스 알파가 있었다. 정부청사의 이전, 그리고 기대보다 낮은 재건축 용적률 등이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지난 17일 나온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보금자리지구 전환은 주변 집값의 추가 하락을 부추겼고, 앞으로도 반등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과천 대표 단지로 꼽히는 래미안슈르 아파트의 경우 이달 초 6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59㎡가 보금자리주택 발표 이후 5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고, 전용 84㎡도 5,000만~7,000만원이나 호가가 떨어지며 7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가장 울상을 크게 짓는 곳은 과천 재건축 단지들이다. 주변에 저가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 사업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변시세보다 85%가량이 싼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되는 상황에선 재건축조합도 일반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사업성이 나빠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과천 재건축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계획했던 대로 분양가를 받을 수도 없고, 계획대로 받자니 결국 미분양 리스크만 높아지게 됐다"며 "자칫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 사업이 장기 공회전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천, 어디로

전문가들은 "과천 부동산시장의 사활은 정부청사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청사 이전대책으로 정부가 밝힌 우수대학 및 연구개발(R&D) 시설 유치 등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제2의 부흥을 꿈꿀 수도 있고 힘 빠진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은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여건악화로 발목이 잡힌 지식정보타운사업의 미래가 관건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청사이전 대책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추진해온 것인데, 상당 부분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지식기반산업을 기틀로 한 자족기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해졌다.

물론 삽도 뜨지 못하고 방치해두느니, 보금자리주택이라도 짓는 게 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족기능을 갖춘 시설이 가득 차야 할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사실상의 베드타운화, 즉 도시의 먼 장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토해양부와 과천시측은 "보금자리주택이 준공되기 전까지 산업용지가 기업에 공급되면 자족기능 상실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산업시설 유치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없어 보인다.

과천시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에선 지식정보타운 사업이 사실상 보금자리주택건설로 전환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R&D 단지 조성 등의 계획이 과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은 되겠지만 지역의 상징인 정부청사 이전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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