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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저우(揚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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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저우(揚州)

입력
2011.05.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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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 장수성 양저우(揚州)의 봄 경치를 예찬할 때 이태백의 싯구 '연화삼월하양주'(煙花三月下揚州)를 인용한다. 아지랑이 피는 춘삼월 양저우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친구 맹호연을 양주로 떠나 보내며 지은 이별시의 한 부분으로, 양저우의 아름다운 봄을 노래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유서 깊은 역사 관광 도시 양저우의 아름다움이 덜한 건 아니다. 대운하의 일부인 서우시후(瘦西湖)에 봄꽃과 버들이 어우러진 경치는 특히 빼어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고향인 이곳은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와 함께 예향 3주로 불린다.

■ 양쯔강 하류에 위치한 양저우는 인구 459만(2008년 기준)으로 중국에선 작은 도시다. 그러나 수(隨)나라 때 황허와 화이허, 양쯔강을 잇는 운하가 개통된 이후 수륙교통의 요충지로서 번영을 누려왔다. 역사적으로 신라와 고려인의 왕래가 많았고, 아라비아인 일본인 페르시아인 동남아인 등 세계 각국의 상인이 몰려들던 국제 상업도시였다. 통일신라 시대 장보고의 활동무대이기도 해서 KBS2 역사 드라마 '해신'의 주요 배경이 됐다. 원나라 때 중국에 왔던 마르코 폴로는 이곳서 3년 간 정부관리로 일했다고 한다.

■ 당나라에 유학 가 과거에 급제한 고운 최치원이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곳도 이곳이다. 879년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토벌대장의 종사관으로 임명돼 양저우 일대에 벌어진 토벌전에 참여했다. 이 때 지은 것이 유명한'토황소격문'이다. 고운은 그 후 양저우에서 5년 간 벼슬살이를 하며 등 많은 문학적 사료를 남겼다. 2007년 이곳의 당 나라 성곽 유적지에 최치원 기념관이 건립돼 한중 문화교류가 활발하다. 그 교류의 결실 중 하나가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千年之友 양저우'사진전이다.

■ 늦은 봄날 김정일 위원장이 특별전용열차 편으로 양저우에 갔다. 김일성도 1991년 10월 난징에서 장쩌민과 회동한 뒤 그의 안내로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의 양저우 방문이 아버지의 옛 흔적을 찾자는 뜻만 아닐 터이다. 일부에서는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한 남순강화(南巡講話)을 떠올린다.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위한 여행일 수 있다는 기대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의 발전상을 활용할 기회를 주려 초청했다"고 했다. 남북 경협과 교류는 포기하고 중국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찜찜하기는 하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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