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트레이너가 국내 가요계에 본격 등장한 것은 2000년 초반부터다. 박선주씨는 "보컬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체계화된 미국 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작곡가나 성악 하던 사람들이 가르치는 게 전부였는데, 립싱크 사건이 나면서 보컬 트레이너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립싱크 사건이란 2001년 인기스타 정양(당시 20세)이 소속된 그룹 씨클로가 곡 '체인지'를 무명가수의 목소리로 녹음한 뒤 자신들이 부른 것처럼 립싱크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 사건을 계기로 각종 음 보정 기기의 도움으로 음반을 낸 뒤 무대에선 립싱크만 하는 '금붕어 가수'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보컬 트레이너를 찾는 발길이 늘었다는 얘기다.
박씨는 "보컬 트레이너는 음악에 관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며, 사운드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경험도 중요하다. 박씨는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재학 시절인 1989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귀로'로 은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 가수로 데뷔했고, DJ DOC의 히트곡 '슈퍼맨의 비애' 등을 쓴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보컬 트레이너가 주목 받게 된 것은 반갑지만, 검증 안 된 이들이 많아져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실용음악학과만 100개가 넘는데, 여기 졸업한 학생들이 가수가 안 되면 선택하는 것 중 하나가 보컬 트레이너"라며 "요즘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보컬 학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의 수업으로 오히려 가수를 꿈꾸는 아이들의 재능이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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