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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꼭 해야 할 세가지] (2) 달콤한 독배,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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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꼭 해야 할 세가지] (2) 달콤한 독배, 포퓰리즘

입력
2011.05.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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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건전성이야 어찌되든…" 무상·공짜 공약 남발 주의보

"이젠 '반값'정도론 어림도 없습니다. '반값' 보다 훨씬 자극적인 '공짜''무상'공약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수없이 나올 겁니다. 한번 두고 보세요."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양대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질 내년 '공약기상도'를 이렇게 예상했다. 지난번 선거 때 만해도 집값이든 등록금이든 '반값'약속이면 유권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이젠 그 조차 식상해졌다는 것. 때문에 내년 선거에선 '좀 더 강한' 공약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는 "아마도 내년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선거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 징후는 이미 발견되고 있다. 지난 2월초, 올해 말로 없어질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이 때까지 정부입장은 "여러 가지 장단점을 고려해 가을 세제개편 때 결정하겠다"는 것. 하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직장인들이 웅성대자, 야당도 함께 들고 일어났고 여당은 서둘러 "소득공제 혜택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소득공제혜택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고 폐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재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토론도 없이 그냥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정부가 끝까지 지켜야 할 한가지가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재정건전성. 빚더미 위에서 허덕이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예를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하면 '건전한 재정'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바로 이 점에서 새 경제팀은 무엇보다 포퓰리즘을 등에 업은 각종 선심성 정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약은 정치권에서 나오지만, 최종책임은 어차피 정부가 지는 만큼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한다는 것. 최준욱 조세연구원 팀장은 "공약마다 취지는 모두 좋지만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근시안적 정책들"이라며 "표 계산에 좌우되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정부가 제어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는 '복지'가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다. 이미 지난 해 이른바 '무상3종세트(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공방이 빚어진 상황에서, 선거가 겹친 내년에 그 논란은 더욱 더 뜨거워질 전망. 특히 최근엔 포퓰리즘에 관한 한 여야도, 좌우(진보보수)도 구분이 없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런 재원대책도 없이 약속만 남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역시 최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조달계획은 전혀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포퓰리즘이 꼭 정치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정책에도 그런 요소는 자주 발견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친서민, 중소기업ㆍ영세상인 보호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대기업 대 중소기업' '대형매장 대 영세상인' '부자 대 서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가면서, 파이를 뺏는 식의 정책추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이뤄질 세제개편과 내년도 예산편성이 새 경제팀에겐 중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엄청난 조세감면 및 선심성 예산편성 요구가 빗발칠 텐데, 과연 새 경제팀이 얼마나 원칙과 뚝심을 갖고 버텨낼 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특히 세금과 복지 관련 정책은 한번 정하면 영구화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새 경제팀으로선 정치권의 무분별한 요구를 반드시 막아야 될 분야"라고 지적했다.

일몰이 예정된 조세감면에 대해선 면밀한 분석을 통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재정건전화를 위해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선거를 앞두고 팽창재정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예산요구도 냉정하게 뿌리쳐야 한다는 평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편으론 총부채상환비율(DTI)같은 대출규제를 유지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든 시장을 부양하려는 부동산 정책이나, 가계부채를 걱정하면서도 기준금리 정상화에 미온적인 금리정책 등도 중단해야 할 포퓰리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박재완 후보자는 이번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쏟아지는 선심성 정책 요구에 독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며 "의원입법의 예산소요에 대해 정부 공통의 의견을 정리하고자 만든 '입법정책협의회'같은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나라빚 아직 괜찮다고?… 증가 속도가 문제야"

'액면'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재정 상태는 준수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33.2%. 정부 빚이 GDP의 2배(198.4%)에 달하는 일본과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92.8%), 영국(81.3%), 독일(79.9%)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선진국 클럽(경제협력개발기구ㆍOECD) 평균(96.9%)과 견주어도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이 비율이 낮은 국가는 룩셈부르크(21.0%)와 호주(23.6%)가 전부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먼저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작년 말 현재 우리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은 총 367조1,000억원. 불과 10년 전인 2002년(99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배나 많아졌다. 같은 기간 두 배 정도 늘어난 개인 부채(88.6% 증가)나 기업 부채(93.7%)보다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른 셈.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국책사업을 떠맡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기업들이 늘린 빚도 문제다. 공기업 부채는 정부의 공식 재정통계에서 빠져 있지만 잠재적 채무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결국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재정 수요가 급증하리란 점이다. 당장 내년만 해도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 재정이 소요되는 선심성 복지 공약 등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하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 정책이 늘어날수록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멀리 내다 볼수록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저출산ㆍ고령화는 향후 세입 기반은 갈수록 줄이고, 반대로 복지 지출은 크게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인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규모가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세금을 늘리지 않는다면 2050년 정부부채 비율이 216.4%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최근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도 누적된 재정 적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새 경제팀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는 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 전문가 제언

선심성 정책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정책에 대한 사전ㆍ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전승훈 대구대 교수는 '정책실명제' 도입을 제안했다.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정치인, 전문가, 공무원 등의 실명을 밝히고, 추진 배경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자는 취지. 전 교수는 "누가 제시한 정책인지, 어떤 내용인지를 모르면 금세 기억에서 사라지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며 "다만 공무원들은 특성상 '복지부동'의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특히 포퓰리즘 우려가 큰 복지 분야에 정책 평가 담당자를 따로 둘 것을 주장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미국 보건후생성(DHHS)은 차관보가 주기적으로 각종 정책을 평가해 학계ㆍ언론ㆍ시민단체 등에 추진상황을 공개하고 제도를 개선ㆍ보완한다. 안 교수는 "실제 부양 아동이 있는 편부모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AFDC)가 1980년대 지급 소득기준을 낮추면서 수혜자가 대폭 확대돼 재정부담은 물론, 미혼모까지 양산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주 정부가 빈곤층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수혜기간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아예 세출 범위를 법률로 정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연간 세입 범위 내에서 세출을 규정하거나 세출 증가율을 세입 증가율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독일은 지난해 헌법을 개정해 세입범위 내 세출 원칙과 2016년까지 재정균형 달성목표를 아예 명문화했다"며 "세출 증가율을 법으로 정하면 한정된 예산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심의 과정이 한층 견고해져 현실성 없는 정책은 걸러지고 검증된 정책만 살아남게 된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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