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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남북한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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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남북한 클리닉

입력
2011.05.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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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관계를 가만 들여다보면 부부클리닉을 드라마로 엮은'사랑과 전쟁'이 떠오를 때가있다. 딱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 부부 관계라는 것이 좋아 죽을 때도, 죽이고 싶을 때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중훈 최진실 엄정화가 출연했던 영화'마누라 죽이기'는 후자에 주목했다.

남북한은 오랜 기간 한 몸이었으나 한국전쟁을 벌인 뒤 헤어져 심하게 갈등하고 있다. 그래도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본다면 남북한이 분리되어 살았던 시기는'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한때 7ㆍ4공동성명이니 햇볕정책, 소떼방북 등을 통해 가까워지던 시기도 있었다. 그나마 이때를'사랑'이 싹트던 시기라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측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지금이나, 북진통일을 주장했던 이승만 정부 시절은'전쟁'의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전쟁이 길어지면 정신도 피폐해지고 무력충돌 혹은 전쟁준비에 따른 재산상의 손실이 늘어난다. 그 틈에 주변국들은 뭔가 이득을 챙기려 든다. 따라서 남북이 서로 피해를 줄이려면 드라마에서처럼 클리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도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바라면서 접경지역을 중국에 개방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달 중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통일부 등이 후원했던'북한 광물자원산업의 진출 전략과 전망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남북관계가 경색된 2008년 이후 북한 경제의 중국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개최한 포럼에서 이 정도 문제의식이 지적되었다면 지금의 대북정책은 경제적, 혹은 자원확보의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07년 대중 무역의존도(남북교역 제외)는 67%에서 2009년 79%로 급증했다. 북한의 중국 수출품목의 상당부분은 광물자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북한 당국이 2009년 8월 광물과 원광 수출 금지령을 철회해버렸다. 북한의 광물자원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광업은 북한의 주력 사업으로 GDP비중이 12.7%(2009년 기준)에 이른다. 광물자원 및 가공제품은 북한 수출액의 60%이상을 차지하고 거의 중국으로 간다.

특히 북한의 주요광물 잠재가치는 6,984조원으로 남한 289조의 24배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는 광물자원 자급률이 약 8%, 고가의 금속광물 자급률은 1.2%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가 풍부한 북한의 광물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 자원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 광물자원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 덕분에 중국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이집트 등이 북한의 자원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이중 5분의 4(25건 중 20건)를 중국이 맡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시행하면서 실속을 챙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나선특구, 황금평 개발 참여 등을 통해 북한에게 경제협력이라는 당근을 꺼내 들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중국의 발전상을 활용하라는 의도로 김정일을 초청했다는 얘기도 그런 맥락이다.

조재우 산업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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