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건강에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면 우선 안전조치부터 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환경단체 관계자)
“지하수가 위험하다면 이 물을 식수로 쓰는 미군들부터 이 물을 못 먹게 하겠지요. 엄밀한 조사를 한 뒤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미군사령관)
1978년 대량의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 250개(추후 600개까지 증언)를 묻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23일 환경부와 국방부, 칠곡군 관계자, 토양ㆍ지하수 전문가, 취재진 등 40여명이 참여한 현장조사에서 미군과 민관조사단 관계자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과거 미군이 캠프 캐럴에서 진행했던 유해물질 반출 및 처리작업에 대한 브리핑과 이 작업이 이뤄졌던 영내 주요지역을 돌아보는 식으로 진행된 민관조사단 공동참관은 애초 예정했던 2시간을 훨씬 넘겨 오후 5시께 끝났다. 미군은 1978년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등 유해물질을 적치했다고 설명한 부대 남쪽의 41구역, 퇴역한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고엽제를 묻은 장소로 지목한 부대 동쪽의 헬기장, 미군이 1980년 유해물질을 매몰했다가 반출한 곳으로 설명한 헬기장 인근의 D구역을 차례로 공개했다.
관심의 초점이 된 곳은 헬기장이었다. 과연 고엽제를 묻었는지, 헬기장에서는 어떤 작업을 진행했는지, 헬기장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다. 헬기장은 부대 내 다른 지역보다 10~20m 언덕지대에 위치해 있어 고엽제 매몰로 인해 고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다. “왜 이렇게 헬기장을 높은 곳에 지었는가?”라는 질문에 데이비드 폭스 미8군 기지관리사령관(준장)은 “헬기장은 통상적으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장애물이 없는 곳에 짓는다”며 “이착륙의 편의를 위해 지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단 고엽제 매몰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1979년에 41구역의 유해물질을 D구역으로 옮긴 것이 그 무렵 미국 뉴욕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240여 가구의 주민을 이주시킨 사건과 관련 있느냐는 환경단체 관계자의 질문에 폭스 사령관은 “개연성은 있으나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경북지역 환경단체, 시민단체들은 부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공정한 현장조사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2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한 대구경북 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헬기장을 파헤쳐서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역 내 진보적 시민단체ㆍ환경단체와 연대해 부대 앞에서 1인 시위와 촛불집회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매몰지가 확인될 경우 공동조사는 땅속의 드럼통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땅속으로 전파를 발사하거나 전기를 흘려 고엽제가 들어있는 드럼통의 위치를 확인한 뒤 발굴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발굴된 고엽제 등은 고온으로 소각처리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섭씨 1,100~1,200도의 고온에서 고엽제를 태우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칠곡=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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