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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법사상 첫 해적 재판/ "석선장 총격은 살해 의도" vs" 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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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법사상 첫 해적 재판/ "석선장 총격은 살해 의도" vs" 쏜 적 없다"

입력
2011.05.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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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법사상 첫 해적 재판이 23일 오전 부산지법 301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를 제외한 해적 4명이 출석해 8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재판은 오전 9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배심원단 선정절차로 시작됐다. 배심원은 이번 사건의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돼 정식 배심원 9명과 예비 배심원 3명 등 모두 12명(여7, 남5)으로 구성됐다.

검찰과 변호인은 첫날부터 핵심 혐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선박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은 뒤, 배를 소말리아로 운항토록 하면서 선사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며 "이에 더해 청해부대원과 석해균 선장에게 살해를 의도로 총격을 가했고,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등 총 8가지 항목에 대해 (해상)강도살인미수 등 5가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이 중 선원을 인간방패로 내세운 것과 한국 해군과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것을 주요 쟁점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살해 의도가 있었으며 피고인이 공모했다는 것을 증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상 이들 혐의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검찰은 이날 배심원을 의식한 듯 대형 스크린을 통해 증거 사진과 음향, 조직도, 삼호주얼리호 모형 등 다양한 자료로 동원했다.

국선변호사로 꾸려진 변호인 측은 검찰 주장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석 선장을 쏜 것으로 알려진 모하메드 아라이의 변호를 맡은 권혁근 변호사는 "청해부대원은 물론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 아덴만 여명작전 때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운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사건이 있었던 7평 남짓한 조타실에 23명이 있었지만, 아라이가 총을 쏜 것을 본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변호인들은 역시 "피고인들은 살해 의도를 가진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살해 공모를 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론했다.

압디하르 이만 알리의 변호인인 정해영 변호사는 "해적을 국내로 이송해올 법적 근거가 없고, 이송과정에도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재판 관할권에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관할권 문제는 재판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즉각 반발했고, 법원은 선고 시 의견을 밝힐 예정이며 재판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제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오전부터 시민들이 방청객(45석) 번호표를 받기 위해 현장에 몰렸고, 국내 언론뿐 아니라 해외 언론도 취재에 열을 올렸다. 알-자지라방송 영어채널의 해리 포세트(Harry Fawcett) 기자는 "어떤 국가도 해적에 의한 선박 피랍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생포한 해적을 사법 처리하는 이번 재판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객 김혜기(69)씨는 "이번 기회에 법의 준엄함을 널리 알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부장 김진석)는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을 고려, 해적들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앉은 모습을 30초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피고인의 의사를 반영해 정면 사진 등을 배제했으며 국내법상 미성년자인 아울 브랄랫(18)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토록 했다. 수갑은 차지 않은 채 녹갈색 수의를 입은 해적들은 재판 내내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라이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난 선장을 쏘지 않았다"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재판은 한국어-영어-소말리아어로 이어지는 이중 통역으로 진행됐다. 재판 과정의 모든 내용이 하나도 빠짐없이 통역이 이뤄져 재판의 신뢰도를 높였으나,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게 끝나는 등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점을 낳았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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