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개 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개 꿈

입력
2011.05.23 07:23
0 0

채상근

꿈자리가 뒤숭숭한 겨울아침

차라리 개꿈이라면 좋겠네

마담이 던져주는 고깃덩어리를 덥석 물고는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꿈에서 깨어나

코를 벌렁거리면서 밥을 찾아 끙끙거리며

세상을 온통 개밥그릇처럼 생각하는

개가 꾸는 꿈이라면 좋겠네

따스한 아랫목이 그리운 겨울저녁

차라리 개꿈이라면 좋겠네

부잣집 동네에 모여 살던 애완견들이 모여

밥그릇을 장악한다는 음모를 꾸미다가 꿈에서 깨어나

개판인지 인간세상인지 구분을 못해 컹컹거리며

사람들을 온통 개새끼들처럼 생각하는

애완견들이 꾸는 꿈이라면 좋겠네

푸른 새순이 돋아나는 봄날 아침

차라리 개꿈으로 끝나면 좋겠네

사육 당하던 똥개들과 부잣집 애완견들이 모여

골목길과 밥그릇을 점령하고 인간들을 감시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에워싸고 으르렁거리며

세상을 온통 개판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개꿈으로 끝나는 꿈이었으면 좋겠네

● 옛날에 명망 있는 대목들은 건물을 건축할 때 산 하나를 통째로 구했다지요. 동쪽에서 자란 나무는 동쪽, 서쪽에서 자란 나무는 서쪽, 남쪽에서 자란 나무는 남쪽, 북쪽에서 자란 나무는 북쪽의 건물 기둥으로 썼다고 하지요. 그래야 나무들 살아 오며 축척한 기(氣) 백분 발휘하며 우주의 기운과 조화를 이뤄 건축물 튼튼하고 오래간다고 했다지요.

수십 년 전 읽은 칼럼 한 편이 떠오르네요. 한국 사람들은 너무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진다는 글이었죠. 만나기만 하면 고향이나 성을 먼저 묻는 게 못마땅하여, 자신은 대한민국 김씨라 말한다는 요지의 글이었지요. 지금에 와 그 글을 다시 생각해 보면 고향과 성을 묻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나 싶지요. 그것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한테 잘못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집 한 채도 사려 깊게 짓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그리운 건 왜일까요?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