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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히말라야시다, 혹은 설송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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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히말라야시다, 혹은 설송의 추억

입력
2011.05.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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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가 원산지인 히말라야시다는 설송(雪松)이라고도 부른다. 고교 시절 교정 곳곳에 아름드리 설송이 서 있었다. 교목이기도 했던 그 나무 때문에 우리의 교지 이름도 설송이었다. 나는 1학년 때부터 교지편집부에서 교지를 만들었다. 3학년 때는 편집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때 유일한 여선생님이셨던 최열자 미술선생님께서 교지의 새 표지를 멋있게 디자인해 주셨다. 환상적인 푸른색을 바탕으로, 눈이 쌓여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하얀 설송을 디자인해 주신 최 선생님의 표지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공예가였던 최 선생님은 그 뒤 창원대 교수로 가셨고 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셨다.

선생님은 그 표지를 기억하고 계실까. 교지를 만든다고 수업을 빼먹곤 했던 나를 기억하실까. 하지만 모교에서 동기생 체육대회가 있어 가 보니 그 설송들이 모두 베어지고 없어 서운했다. 교목도 느티나무로 바뀌었고 교지 이름도 설송이 아니었다. 원고를 받으러 다니며, 활판 인쇄소에서 교정을 보며 밤샘까지 하며 열심히 만들었던 교지 설송.

내 설익은 문학작품들이 실려 있던 교지 설송인데 나 또한 잦은 이사에 한 권도 보관하지 않고 있다. 3학년 때 교지에 졸업생들이 한 마디를 남기는 코너가 있었다. 그곳에 남긴 나의 마지막 한 마디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문학과 함께 3년을.' 참 건방졌던 추억 속에 거대한 설송이 폭설 속에 서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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