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고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후정산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나, 기획재정부가 "결사반대" 의견을 밝혀 부처간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재정부의 힘겨루기가 심화할 전망이다.
현행법은 다음해 건보료 예상수입의 20%(담배부담금 6% 포함)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예상액이 매년 실제보다 적게 추산되면서 결과적으로 16~17%만 지급돼 왔고, 2007년부터 4년간 총 2조7,300억원이 미지급됐다. 2002년부터 따지면 4조9,824억원이 미지급됐다. 매년 수천억원씩 미지급된 것인데, 이런 가운데 지난해 건보 재정적자는 1조2,994억원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국고지원 부족분을 추후에 채워주는 사후정산 법안을 발의했으며, 6월 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는 정부에 국고지원금 사후정산제에 대한 의견을 요구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와 재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해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소기홍 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2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후정산에는 완전히 반대한다"며 "건보 국고지원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한다는 뜻이지, 국고에서 사후에 정산을 해줘야 하는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또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가야 할 복지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과잉 책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도 노력해야겠지만 SOC를 줄이더라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국민건강보험법 92조)이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인데, 재정부는 추후 개정 법안에서는 현재 20%인 국고지원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 심의관은 "건보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에 대한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며 "건보의 책임성 강화와 수입ㆍ지출 제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경석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여당은 현재 국고지원 비율을 유지하는 법안을, 야당은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사후정산제도 함께 논의한다는 방침"이라며 "6월 국회 통과를 목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간 입장차이는 그 과정에서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정부의 사후정산제 반대 입장에 대해서는 "한쪽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정책관은 앞서 20일 양승조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재정과 정부의 역할' 토론회에서 "선진국들도 상당수준의 국고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고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다른 관계자는 "법률 내용을 보면 국고지원금이 결과적으로 부족한 것이 위법은 아니다"며 "그러나 법의 취지를 보면 20%를 가능한 정확히 추정하라는 것이고, 이 때문에 사후정산제는 취지에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해마다 건보료 수입예상을 실제보다 낮게 추정해 문제의 발단을 제공했다. 수입액을 낮게 잡으면 보험료율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반대로 정부 지원금이 줄어드는 양날의 칼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다음해 적용될 보험료율은 연말에 정해지는데, 수입추정은 (예산안 제출에 맞춰) 그에 앞서 9월에 해야 한다"며 "보험료율뿐 아니라 경기에 따른 가입자의 소득증대 상황까지 모두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차가 생기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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