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순(南巡)행보에 나섰다.
방중 3일째인 22일 김 위원장은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동북3성을 거쳐 베이징(北京)으로 향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자신이 천지개벽과 개혁개방의 신천지라고 평가한 상하이(上海)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중경협을 통한 북한 경제개발에 '상하이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낮에는 중국 동북부의 경제거점 도시와 항일유적지 등을 돌아보고 밤에는 열차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는 21일 지린(吉林)성 성도인 창춘(長春)에서 중국 대표 자동차 생산 기업인 이치(一汽)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8월 창춘 방문 당시 김 위원장의 시찰이 예상됐으나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이어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21일 오후 2시20분 창춘 역을 떠나 같은 날 오후 7시께 동북3성의 최대도시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을 무정차 통과했다. 선양에서 산업시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또 다시 깨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계속 남행했다. 22일 오전 9시께 톈진(天津)을 지나자 베이징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이날 오후 2시께 상하이(上海)에서 3시간 거리인 장쑤성(江蘇省) 양저우(揚州)시에 삼엄한 경계경비가 펼쳐진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오후 8시께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이곳에 도착했다. 창춘을 떠나 꼬박 30시간 동안, 중국에 들어선 지 60시간 동안 호텔 등에 여장을 풀지 않고 쉼 없이 남행한 것이다.
김 위원장 일행이 이날 밤 양저우 영빈관에 묵을 때까지 기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그만큼 뒷받침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얼굴과 팔 등에 살이 붙고 혈색이 좋아진 상태였다. 또 뇌졸중 이후 단화를 신다가 최근 굽 있는 구두로 바꾼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남순 행보가 건강회복에 대한 자신감 과시의 기회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양저우의 태양광 발전 업체 등을 방문하거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함께 김일성 전 주석의 연고지를 돌아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저우는 상하이와 인접해 있는 곳이다. 23일 김 위원장이 상하이로 간다면 그간 6차례 방중이 통상 4박5일에서 5박6일이었던 점에 비춰 볼 때 북중 정상회담은 상하이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언제든지 베이징으로 향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경제통 원 총리와의 회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남순 행보는 원 총리 귀국 때까지의 시간조절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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