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흘 동안 중국 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이동했다 .'무박'의 기차 잠까지 청해가며 그가 들른 곳은 경제개발의 상징성을 갖고 북중 혈맹관계의 유서가 어린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초청 목적을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중국 방문의 무게중심이 '경제'에 쏠렸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방북 3일째인 22일 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인 선양(瀋陽)을 통과해 남쪽 양저우(揚州)로 향했다. 1991년 김일성 주석이 난징(南京)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공산당 서기와 회담한 뒤 찾아 관광을 즐겨 지금도 김 주석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있는 도시다. 2001년 방중 때 김 위원장이 "천지개벽"이라고 말했던 상하이(上海)에서도 멀지 않다.
방중 첫날 들른 무단장(牧丹江) 역시 김일성 항일유적이 있는 곳이다. 20일 국경을 넘어설 때 지나간 투먼(圖們)과 다음 날 자동차공장 시찰을 한 창춘(長春)은 중국이 동북 3성 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창지투 프로젝트'의 핵심 도시들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중 경제협력에 무게중심을 두었던 지난해 5, 8월 방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북중 정상회담의 내용도 지난해 5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합의한 ▦경제협력 심화 ▦고위층 상호 교류 ▦전략적 소통 강화 ▦국제문제 협력 강화 ▦인문 교류 확대의 틀을 재확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동북지역 개발의 물꼬를 트기 위해 동해쪽 항구 확보를 바랐다. 따라서 '창지투 프로젝트'와 북한의 나진ㆍ선봉 개발을 연결하는 투자ㆍ개발 계획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 걸음 더 진전될 수도 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각국에 요청해온 식량 지원을 중국에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방중 때도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후 중국에서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최근 러시아가 대북 식량 지원을 약속했고 미국, 유럽 등도 지원 검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북한은 중국에 또 한번 손을 내밀 '호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이미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합의한 '우선 남북비핵화회담'에 응하라고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바로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가 처음 표명되고 천안함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에 있어서 북한은 아직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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