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지 사흘이 흘렀지만 김 위원장 옆에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일단 김정은이 동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을 대동하지 않았다면 우선 북한의 다급한 경제사정과 김정은의 외교 능력 미검증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강성대국 원년의 해로 선포한 2012년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후계체제 구축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외교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김정은을 단독으로 중국에 보내 성과를 끌어오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3대 세습을 위한 후계체제 구축 작업의 속도조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외양을 통해 볼 때 건강이 회복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한편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의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직접 중요 현안을 챙기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2인자로 공식화된 마당에 1, 2인자가 동시에 평양을 비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히려 최고권력자 유고시 그를 대신해 북한 내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다급한 경제 상황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 회복 등과 맞물려 후계체제 구축에서의 속도조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위원장 일행이 지나갔던 투먼(圖們)이나 무단장(牧丹江) 지역의 한인들 사이에는 김정은이 김 위원장과 함께 투먼을 통해 같이 방중했다가 이곳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동북지역의 김일성 혁명 유적지를 탐방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와 중국어 신문인 대공보(大公報)는 21일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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