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도 3세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젠 통계도 생산 보다는 행복쪽에 방점을 둬야 합니다."
이인실(사진) 통계청장은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비영리 지식나눔행사 'TEDxBusan'에 참석, '통계 3.0 나눔과 행복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이같이 통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통치자의 수탈목적에서 인구통계가 가장 중요시됐던 1세대,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개념을 만들어 국가가 관리한 2세대를 넘어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통계 3.0시대'(3세대)에 진입했다는 것. 이 청장은 "최근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도 통계가 경제적 '생산' 보다는 '행복' 측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계산해 국가가 채워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도 결국은 통계수치를 과소평가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지난 1983년 이미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인 2.1명 이하로 추락해, 대한민국 인구 변화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그는 "이 통계가 나온 80년대에도 계속 산아제한 캠페인이 이어졌고 2004년에서야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포스터가 처음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계를 잘 활용한 예로 '백의 천사'라 불리는 나이팅게일을 꼽았다. 1854년 발발한 크림전쟁에서 영국은 전사한 군인 숫자도 파악하지 못했지만 나이팅 게일이 부상ㆍ질병ㆍ사망 통계를 정리한 것. 이 청장은 "나이팅게일이 군인 통계를 근거로 주장한 야전병원 위생개선이 받아들여져 환자 사망률이 42%에서 한 달만에 2%로 떨어졌다"며 "통계의 정확한 예측과 분석은 사회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한국 상황에 맞는 행복지수와 나눔, 복지 관련 통계를 연말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인식도, 정기ㆍ부정기 기부 여부, 기부유형(현금ㆍ현물ㆍ재능) 및 기부대상 별 기부금액 등에 관한 통계를 연말까지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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