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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벨트와 소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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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벨트와 소셜 네트워크

입력
2011.05.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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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위 '과학벨트' 또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선정되고 탈락지역에도 분원 형태의 설립을 포함 향후 6년간 총 5조 2,0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일단 큰 그림으로 보아서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잘된 일이다.

과학벨트 사업은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모델로 입안된 정책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1948년 설립된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는 그 동안 17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고 매년 1만3,000 편 이상의 저널 논문이 발표된다. 그 중 상당수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피인용도가 가장 높은 저널 논문들이다.

과학벨트 사업이 성공하려면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성공요인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소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업의 입안자들이 연구 자체에 대한 이해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점이다. 이 원칙은 1911년 아돌프 폰 하르낙에 의해 제안돼 일명 '하르낙 원리'라고도 불린다. 독일은 1차 대전 이전부터 '하르낙원리'에 의거 해당 분야의 연구와 관련된 인사 및 예산과 관련된 제반 권한을 그 분야를 세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과학자에게 일임하는 정책을 수행해 왔으며 막스플랑크 연구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과학벨트 사업이 성공하려면 독일이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했던 것처럼 우리나라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려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을 파악하는 일이 지역을 결정하는 것보다 우선시됐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자 또는 연구자들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들 나름대로의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매튜 프레이저ㆍ수미트라 두타의 저서 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유의 학연ㆍ지연 중심주의는 자칫하면 폐쇄형 소셜 네트워킹 집단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구비 투자 또는 연구 인프라 구축을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라고 본다면 지역 우선주의는 연구비라는 사회적 자본 분배의 배타적 성격이 강한 '폐쇄'에 기인할 수 있다고 한다.

폐쇄 이론은 사회적 자본을 배타적으로 분배하는 폐쇄적 위계질서를 지키고 제도에 기반을 둔 집단을 강조한다. 인류사에 걸쳐온 대부분의 사회조직이 폐쇄형인 것처럼 이들 집단은 높은 수준의 암묵적 신뢰를 누리기는 하지만, 소위 '반향실' 효과 때문에 혁신과 창의성 제고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변화를 싫어하는 집단의 특성 때문이며 사회적 자본의 이점을 소규모 집단 내에서 분배하려는 폐쇄형 집단의 회원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성향을 강화하려는 보수적 경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긴밀히 연결된 이들 집단은 배타적 회원들 사이의 사회적 자본 독점에는 효율적이지만 유연성, 적응력, 열린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련해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과학계 일부에서 "다른 지역에 훨씬 연구역량이 뛰어난 과학자가 있어도 연구 분야가 과학벨트 사업의 연합 캠퍼스의 연구단과 겹치면 과학벨트에 참여할 수 없다"며 과학벨트 사업의 목적인 세계적 연구역량을 가진 연구자들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는 것도 폐쇄형 소셜 네트워킹 집단의 형성 가능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기왕 과학벨트사업의 진행에 청신호가 켜진 이상 5조원 이상의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과학벨트사업이 폐쇄형 소셜 네트워크가 아닌 원래 취지대로 막스플랑크 연구소 이상의 성과를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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