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동향을 알려주는 '이머징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이달 12~18일 사이 글로벌 주식투자자금은 8주 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신흥증시에서 16억5,000만달러가 유출됐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에서도 33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으며, 미 국채 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부각될 때마다 반복되는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그 핵심에 남유럽 재정위기가 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채무재조정과 관련된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채무재조정이 실제로 단행될 경우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또다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투자심리는 얼어붙을 수 있다.
6월로 예정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불안감도 가세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가격과 경기회복에 큰 기여를 했던 달러 공급이 중단될 경우 시장이 한 차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제는 악재의 강도와 지속성이다. 그리스 채무재조정은 다소 부담스러운 이슈이기는 하지만 이미 2년 가까이 묵은 악재다. 또 1,100억유로를 투입한 유럽이 그리스가 최종 디폴트에 이르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적완화 종료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미국 연준이 지난해 말 이후 추가로 매입한 국채 규모보다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놓는 초과지준 증가분의 규모가 더 크다. 유동성 확대에 연준의 양적완화가 미친 영향이 의외로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양적완화가 실제로 종료되더라도 그 충격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나타나는 위험 선호 위축 현상은 장기화할 이슈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 외국인을 대체할 국내 자금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6월 중 은행이 랩신탁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올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중립 또는 소폭 매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주가 상승을 전망했던 이유는 국내 자금의 유입이 수급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 은행의 주식형 상품 판매가 자리잡고 있다. 랩신탁은 국내 자금 유입의 물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앞둔 시장의 조정은 추격매도보다는 분할매수의 기회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다만 랩어카운트, 압축펀드에 이어 랩신탁까지 가세한다면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화학 등 핵심 주도주에 반도체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권하고 싶다. 여기에 유통, 음식료 등 내수종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표종목에 국한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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