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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꼭 해야 할 세 가지] (1) 일자리는 알파이자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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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꼭 해야 할 세 가지] (1) 일자리는 알파이자 오메가

입력
2011.05.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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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 개선은 통계의 착시…없어진 일자리 메우는 것 불과"

1월 33만1,000개, 2월 46만9,000개, 3월 46만9,000개, 4월 37만9,000개. 올해 들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매달 30만개를 꾸준히 웃돌고 있다.

국가경제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규모는 약 30만개. 연간 생산가능인구 증가규모(약 40만~50만명)에 현 고용률(약 60%)을 감안한 수치다. 따라서 올해 추세만 보면 고용은 완전 정상수준으로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 역시 "견조한 고용 개선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엔 '통계의 착시'가 숨어져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고용시장을 휩쓸었던 지난 2008년 일자리는 정상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14만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에는 새로 생기기는커녕 아예 있던 일자리까지 7만2,000개나 증발해 버렸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 일자리 창출개수는 지난 2년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지금의 일자리 창출규모는 과거에 까먹은 부분을 메우는 것에 불과할 뿐, '고용정상화'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 금년도 목표와 별도로 30만~40만개의 플러스 알파, 다시 말해 60만개는 만들어야 그나마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국가경제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때문에 박재완 경제팀의 제1과제도 당연히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험난한 길

성장보다 더 어려운 게 고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률 0.1%포인트 올리는 것이 성장률 1%포인트 끌어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59.8%였던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지난해 58.7%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고용정책의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용률은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일자리를 가진 인구의 비중. 0.1%포인트만 올리려 해도 매년 '기본'에 더해 4만~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늘려야 할 정도로, 쉽게 끌어올리기 어려운 지표다. 정부는 매년 고용률을 0.1%포인트씩 올려도 2020년에야 6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고용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시드는 분위기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지난 2009년 일자리가 7만개 넘게 줄어들자, 정부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발족시켰다. '고용없는 성장'이 아니라 '고용을 동반한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작년에만 10차례에 걸쳐 숱한 실업대책을 쏟아냈던 이 회의는 그러나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다른 회의에서 계속 고용대책을 다루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단기간 내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라는 게 민간의 시각이다. 새 경제팀이 고용이슈를 최우선과제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정책 근본적 수술 절실

지금 우리나라 고용은 복합적 미스매치가 얽히고 설킨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 우선 경제성장의 효과가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성장과 고용의 불일치. 다른 한편으론 제공된 일자리마저 외면 당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현재 고용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의식전환을 먼저 요구했다. 그는 "예전처럼 기업이 투자하면 자연히 고용이 늘 거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며 "고용이 성장을 이끄는 시대로 접근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일자리 몇 개를 더 늘리는 데 연연하기 보다, 향후 고용흡수를 담당할 서비스업 확대나 교육시스템 개혁 같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 역시 '눈높이를 낮추라'고 윽박지르는 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교육수준이 높아져 양질의 청년인력은 대폭 늘었는데 반해 이들의 원하는 일자리는 반대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 방하남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 간 차이를 최대한 줄이고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는 힘들 것"이라며 "청년 실업난이 지속되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이나 '스펙' 쌓기 등에 비효율적 투자를 유도하는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일자리 막힘' 뚫으려면 서비스업 선진화 이뤄야

지난 수십년간 제조업에 기대 온 한국의 일자리 창출 구조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이 첨단화, 고도화,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하다 보면 결국은 사람의 역할을 기계가 대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은 어쩔 수 없이 동전의 양면인 게 세계적인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다르다. 일단 일자리 창출효과 면에서 제조업을 압도하고 있다. 제조업은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때 9.2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반면, 서비스업은 2배에 달하는 18.1명의 고용을 창출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은 67%정도인데 이는 미국의 1970년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만 5번의 종합대책을 포함, 10여 차례나 서비스업 선진화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추진동력의 부진으로, 또는 관련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서비스업 선진화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서비스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리의료법인 도입이다. 2008년5월 정부는 병원의 설립주체를 영리법인으로 넓혀,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 양질의 일자리도 좀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의료에서마저도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긴다'는 반대정서가 일어났고, 결국 정부 내에서조차 기획재정부(도입찬성)와 보건복지부(반대) 가 정면 대립하면서, 지금까지 이 문제는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의 반발은 그렇다 해도 정부 부처까지도 서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정말로 정부가 서비스업 선진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타민, 소화제, 드링크 등 간단한 의약품을 약국 아닌 동네 슈퍼 등에서 팔도록 하자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도 여전히 표류 중이고, 외국 유명학교를 경제자유구역 내에 유치하는 법안 역시 3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재완 경제팀이 일자리 창출정책의 큰 물줄기를 바로 잡으려면 무엇보다 서비스업 선진화에 총력을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전략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내수 성격이 강해 어떤 분야를 키우려면 필연적으로 기존 기득권층의 구조조정이 뒤따르는 만큼 효율성 향상이란 명분만 내세울 게 아니라 치밀한 사전 준비와 설득, 대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수출ㆍ제조업은 가만히 놔둬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굴러갈 수 있지만 서비스업 부분은 경제적 능력만 아니라 정치ㆍ사회적 능력까지 다 시험하는 것"이라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치밀한 조정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전문가들 제언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구조개선은 서둘러 착수한다 해도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우선 가능한 현실적 대책으로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의 질 개선을 주문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고용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크고 안정적인 사업장의 정규직들이 소수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는 것은 명백한 시장 실패이자 정부 실패"라는 게 그의 생각. 전 교수는 "여기서부터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 해결의 단초도 '재배분을 통한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ㆍ민간을 막론하고 대규모 사업장에 '청년고용할당제' 도입을 의무화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누적되는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자리 양을 늘리려면 질부터 개선하라는 지적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고용의 양과 질은 분리된 게 아니다"며 "정부가 나서 과도한 연장근로를 제한하고 각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지켜지고 있는 지부터 제대로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현실화 ▦중소 영세기업의 사회보험료 한시 감면 ▦비정규직 남용 금지 등도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로 꼽았다.

사회 변화에 맞춰 정부가 전략적인 고용창출 산업을 육성할 필요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저출산ㆍ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보육이나 간병 같은 '돌봄 노동' 분야 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며 "사회 복지 차원에서 이들 인력에 적절한 보상을 약속한다면 서비스업 활성화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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