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사모펀드(PEF)가 미국의 세계적 골프용품 생산업체인 아큐시네트(Acushnet)사를 인수한 것은 한국 금융에 새 이정표를 세운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아큐시네트사는 각각 세계 시장점유율 50% 이상인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Titleist)와 골프화 브랜드 풋조이(Footjoy)를 보유한 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을 기록한 글로벌 1위 업체다.
지난해 말 매각 발표가 나온 후 아디다스그룹 등 굴지의 글로벌 스포츠기업이 인수를 노렸다. 하지만 휠라코리아 윤은수 회장의 남다른 개척정신과 미래에셋PEF의 기민한 파이낸싱이 결합해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한국 금융의 존재감을 다지는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PEF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후, 새로운 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보유 주식을 되팔아(Buy out) 이익을 내는 펀드다. 새로운 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막대한 규모의 장기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는 파이낸싱 능력이 결합돼야 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윤 회장은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가치와 100년 간 다져온 휠라의 패션 노하우를 합쳤을 경우의 성공 시너지를 확신했다. 이어 국내 증시에서 남보다 앞서 해외투자 부문의 신뢰를 쌓아온 미래에셋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산업은행 출자액 5억달러 외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를 구성해 큰 일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성패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 유럽의 전통적 골프용품 시장은 이미 성장의 최고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어서 아큐시네트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윤 회장은 "휠라의 노하우와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아큐시네트가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골프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도전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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