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의 경영부실과 영업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계만이 아니라 정ㆍ관계 쪽에서도 악취가 풍기고 있다. 검찰의 칼날은 저축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을 넘어 이미 전ㆍ현직 고위 공직자들 주변에 맞춰져 있다. 부실과 비리가 컸는데도 업계 1위의 모양을 갖추는 데는 정ㆍ관계 쪽의 부정한 도움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온 국민이 다 짐작하는 일이다. '저축은행 게이트'라 일컬어 부족하지 않은 이번 사건은 특히 수많은 서민들이 직접적 피해자라는 점에서 과거 몇몇 의혹사건보다 더욱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금융비리 액수가 7조원에 이르고, 대주주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들이다. 실제 비자금의 핵심 운용자였던 윤 모씨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가 모종의 사업과 관련해 거래처에서 10여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 주말 구속됐다. 부산저축은행은 유사한 종류의 사업을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120건 정도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와 개발에 관한 일로,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인허가 및 승인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이 정도뿐이면 굳이 '게이트'까지 갈 것도 없다. 국민의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정ㆍ관계 지도층 인사들이 실제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전 예금인출 정도는 약과다. 국회의원, 장ㆍ차관, 공기업 사장, 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낸 인사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재직한 정황들이 확인됐다. 또 국무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저축은행과 관련) 청탁 내지는 로비가 있었고,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끝까지 추궁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정치권이 앞서서 국정감사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초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과거의 각종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온갖 정치적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로 하여금 수사의 기간이나 폭에 신경 쓰지 말고 철저히 진상을 밝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 의혹과 분노가 의외로 크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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