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취업 문을 두드렸던 정영수(27ㆍ가명)씨는 최근 '월급쟁이'의 꿈을 접었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청년 가장인 그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 치킨배달부터 공장 생산직까지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그 동안 이력서를 넣은 기업만 60여 군데. 하지만 고졸학력의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도 한때는 대학생이었다. 2003년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상 학업을 1년만에 포기해야 했다. 이후 군대에 들어갔고, 그러나 빌렸던 학자금 대출 600만원을 갚지 못한 탓에 그에겐 제대와 함께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었다. 학력도 변변치 못한데 신용불량 경력까지, 취업문은 점점 더 비좁아져 갔다.
'알바'로 일하던 대형 영화관과 음식점에선 "열심히 하면 정식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취직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됐다. 노는 대졸자들도 수두룩하다 보니, 자신과 같은 고졸자는 취업순위에서 점점 더 뒤로 밀리는 느낌이었다.
지난 2월엔 기술자격취득을 지원해주는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ㆍ미용, 요리 등은 하나 같이 적성에 맞는 게 없었다. 차선으로 택한 플로리스트 3개월 과정도 마찬가지. 그는 "일자리도 없고 취직을 위한 정부프로그램도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면서 "다른 복지나 빈곤층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취업만큼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고용통계에 나와 있는 청년 실업자는 약 30여만명. 하지만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다 합치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실질 '청년백수'는 108만명을 넘는다. 체력도 의욕도 넘쳐나는 20대 젊은 이들이 일을 하지 못해 눈물 흘리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안정도 불가능하다는 평가. 방하남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의 불만은 아직 조직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국가 장래에 심각한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주 청문회가 끝나면 새롭게 출범할 '박재완 경제팀'의 첫 번째 과제도 당연히 일자리 창출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전직장관은 "지금 30만개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자만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착시현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감소한 일자리를 감안하면 아직도 고용창출규모는 평균 이하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일자리 창출규모는 연 평균 13만2,000개로, 안정적인 수준(30만개)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본보는 이 같은 일자리 창출문제를 포함, MB노믹스 마무리투수로 투입된 박재완 경제팀이 앞으로 역점을 두고 풀어야 할 핵심과제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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