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경험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을 주시하는 작업을 해 온 작가 김영빈(31)씨의 개인전이 내달 26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로와 세로로 지루하게 수없이 그어진 목욕탕 타일 사이로 작은 인간의 모습을 그려 넣은 ‘목욕탕’ 시리즈를 선보인다. “가긴 싫지만 다녀오면 개운해지는 곳인 목욕탕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않죠. 다만 몸을 씻으면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반복적인 선은 폐쇄적이고 답답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폐쇄적인 것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며 “있는 그대로 비가식적인 것이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선은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 공간 속에서 다각적으로 얽히고 연결돼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뜻한다.
목욕탕과 함께 시들어 가는 장미꽃, 태생부터 자기 몸에 가시를 지닌 가시나무 등을 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한된 삶을 사는 장미꽃과 가시나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겼다.
‘목욕탕’ 시리즈 10점 외에 얇은 갱지에 연필로 자신의 생활 속 단상을 그린, 소박한 드로잉 158점도 액자 없이 함께 전시 중이다. (02)720_1524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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