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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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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얼굴

입력
2011.05.22 04:41
0 0

이윤학

제 얼굴에 침 뱉어논 뱀딸기를 보았다.

대낮부터 붉은 얼굴. 홍시 같은 얼굴을 한

뱀딸기를 보았다.

한평생을 부끄럽게 살다 가는 얼굴.

한평생을 부끄럼을 타다 가는 얼굴.

뱀딸기를 딴 적이 있었다.

뱀딸기의 둥근 속은

천장으로 달라붙어

텅 비어 있었다.

붉게 익어터진 지붕과

희고 부드러운 천장을 가진

뱀딸기의 영혼이 살던 방을

보았다.

더러워

부끄러워

안엣것들을 내다버린

뱀딸기 열매에서는

붉게 익어 터진 부분에서도

하얀 즙이 나왔다.

까슬까슬

뱀딸기 열매에서는

무수한 舍利(사리)가 나왔다.

● 불교에, 하안거 마지막 날(음력 7월 15일 백중날) 수행승들이 서로 자기가 범한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자자(自恣)란 의식이 있다지요. 이는 자신이 잘 못한 일들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참회를 말하는데, 이를 마음속의 것을 밖으로 들러낸다 하여 발로(發露)참회라 한다지요.

붉은 뱀딸기 열매도, 노란 뱀딸기 꽃도 귀엽고 예쁘기만 하지요. 그 작은 생명이 무슨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고 제 얼굴에 침까지 뱉을 까요. 맛은 심심하고 살은 무른 뱀딸기. 자신에게는 엄해, 참회의 날들로 마음 비워 머리에 가득 사리를 이는 군요. 부끄러움을 가르쳐 주는군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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