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지 낙동강과 불과 600m"250통이면 상상못할 대재앙"
주한미군이 1978년 인체에 치명적인 50톤 분량의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 250개를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 캐럴 인근에 묻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고엽제로 인한 환경오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미 33년이 지나 드럼통이 부식했을 가능성이 높고 고엽제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미군이 매립 당시 차단벽을 설치하거나 다른 안전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해온 녹색연합의 김혜진씨는"과거 강원 원주의 미군기지 주변 환경오염을 조사했을 때 미군들이 폐유(廢油)를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땅에 버린 것이 밝혀진 적이 있다"며 "안전문제에 이처럼 둔감한 미군들이 고엽제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활동가 정인철씨도"당시 고엽제 매립 자체가 완전히 불법적인 상황이라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엽제 피해 환자들은 대개 직접적인 피부 노출로 후유증을 앓았지만, 직접 노출이 아닌 토양오염이나 지하수를 통한 체내축적도 그에 못지 않은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건의료 NGO인 메디피스 전인표 전문위원(공보의)은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베트남전 참전미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은 피부노출만큼이나 음식물을 통한 흡수도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잘 썩지 않는 물질인 다이옥신은 토양을 통해 지하수로 유출되고 지하수를 먹은 소나 돼지, 어류 등에 농축돼 이를 먹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고엽제 드럼통 매몰추정지는 낙동강 본류와 600~7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다이옥신의 치사량은 0.15g으로 몸에 닿거나 축적될 경우 10~20년 후 폐암, 후두암, 신경마비 등 35가지의 중증질환을 유발한다.
김성욱 고엽제 전우회 사무총장은 "증언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사실대로 드럼통 250개 분량을 묻었다면 대한민국 강산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정도"라며 "작은 통에 농약뿌리듯이 분무기로 살포하고 다니기만 해도 이처럼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정도 분량을 땅에 묻은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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