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제안한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방침에 대해 당정 차원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곽 위원장은 오너 중심의 독단적 기업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대기업이 경제관료들보다 더 관료화되고 있다. 이윤 내기 쉽게 중소기업 아이템이나 뺏고 미래 성장동력 찾는 건 소홀히 하고 있다"며 오너 기업의 황제경영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가 좀 엉뚱하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너십 있는 재벌기업이 아니라 포스코 KT 등 민영화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인 없는 대기업에서 경영진의 횡포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주주권 행사 대상을 민영화 대기업으로 한정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주인 없는 기업의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도 문제지만, 공공성 측면에서 오너십 있는 기업에 훨씬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곽 위원장이 지적했던 기업의 관료화, 취약한 공적 기능 등은 1~2%의 적은 지분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중소기업 영역을 빼앗고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불법 상속을 일삼는 오너 사주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포스코와 KT는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100% 민영화 기업이다. 특히 포스코는 지배구조 선진화의 모범사례로 꼽혀왔다. 그런데 임기가 1년 2개월이나 남은 이구택 회장이 '참여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외압에 시달리다 중도 하차했고, 후임 회장 선임에 권력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KT도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임원 자리를 꿰차고 들어가면서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민영화 대기업을 아직도 정권의 부속기관 정도로 여기면서, 연기금을 통해 주인 없는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니 그 의도가 궁금하다.
우리는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시행하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지 않지만, 특정 업체를 배제하거나 과녁으로 삼는 주주권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 입김을 배제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체제를 갖춰 모든 기업을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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