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빈서블’(invincible) 노박 조코비치(23ㆍ세르비아ㆍ랭킹 2위)의 연승행진이 프랑스 오픈에서도 계속될까. 프랑스 오픈은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유일하게 ‘맨 땅’에서 열린다. 조코비치는 역대 프랑스 오픈과 인연이 없었다. 준결승 진출이 최고성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37연승(지난 시즌 포함땐 39연승) 무적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조코비치 앞에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신호에서 조코비치를 ‘테니스 종결자’로 묘사하고 있을 정도다.
나달 우승해도 랭킹1위 안심 못해
라파엘 나달(24ㆍ스페인)이 지키고 있는 세계챔피언 자리가 백척간두에 서있다. 나달과 조코비치의 랭킹포인트 차이는 405점. 디펜딩 챔피언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야 ‘간신히’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결승상대가 조코비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코비치가 결승에서 나달과 만나 패하더라도 랭킹 1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만약 둘 다 1회전에서 탈락하더라도 랭킹 1위는 조코비치 몫이다. 나달이 안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우승컵과 함께 조코비치가 준결승에서 멈추는 것이다.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의 새 주인이 되려면 모두 7경기를 이겨야 한다. 37연승중인 조코비치가 1980년대 이후 최다연승(42)기록 보유자 존 맥켄로를 뛰어넘어 44연승이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 프랑스 오픈 개막 72시간을 남겨두고 테니스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맥켄로도 “조코비치의 파괴력이 이미 나를 능가하고 있다”며 기록경신에 힘을 실어줬다.
승부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증시 용어를 빌리자면 ‘고위험 고수익’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볼을 안전하게 코트의 한 가운데로 넣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베이스라인에 붙여서 승부를 건다는 뜻이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웬만한 테크니션이 아니면 구사하기 힘든 벼랑끝 기술이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9ㆍ스위스ㆍ3위)와 나달이 조코비치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전술에 걸려들어 각각 3패, 4패로 맥없이 무너졌다. 여기에 특유의 백핸드가 날카로움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코비치는 역대 가장 강한 2인자
조코비치는 지난 7년 동안 나달과 페더러의 벽에 막혀 3인자 신세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 개막직전까지만 해도 조코비치의 언터처블 행보를 점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랜드슬램대회 1개(호주오픈)와 마스터스 대회 4개를 포함해 7개의 타이틀을 휩쓸었다. 전 세계랭킹 1위 짐 쿠리어는 “조코비치가 모든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고 평했다. 14번이나 그랜드슬램 왕좌에 올랐던 피터 샘프러스도 “조코비치가 게임의 흐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테니스 전문가는 “조코비치가 하키의 골키퍼인 골리와 같은 수비벽을 쌓고 있다”며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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