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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의 따뜻한 바둑 이야기] 어린이·어르신과 함께…아마 高手들 봉사에도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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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의 따뜻한 바둑 이야기] 어린이·어르신과 함께…아마 高手들 봉사에도 앞장

입력
2011.05.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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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아마 고수들은 바둑 뿐 아니라 나눔과 봉사도 맞수였다. 요즘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아마연승최강전에서 열전을 벌이고 남자 시니어와 여자 아마 고수들이 가정의 달을 맞아 약속이나 한 듯 남자들은 제주도에서 어린이 바둑 잔치를, 여자들은 경기도 가평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잔치를 펼쳤다.

지난 달 30일 서귀포에서 열린 인코배 어린이바둑대회 행사장에 임동균, 심우섭, 박성균, 김동섭, 조민수, 황원순, 유경남, 박창규 등 전국의 내로라 하는 아마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제주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홍시범 아마바둑사랑회장의 애틋한 고향 사랑에서 비롯돼 벌써 7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행사에 후원자 백규환 사장에 대해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 서귀포에 하나뿐인 바둑 교실의 한공민 원장도 참여해 바둑판 설치에서부터 선수 안내, 경기 결과 집계까지 모든 행사 진행은 물론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바둑을 둬 주고 즉석 강좌를 펼치는 등 노력 봉사에 열심이다.

마침 이튿날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도민체전 바둑 경기가 열렸다. 참가 선수가 무려 120명이나 된다고 했다.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무작정 대회장으로 차를 몰았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지만 제주의 바둑인들은 뭍에서 온 고수들을 열렬히 환영했고 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 중도 탈락자들을 상대로 한바탕 지도기를 펼쳤다. 덕분에 저녁식사는 제주바둑협회에서 샀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지난 3월 입단한 제주 출신 오정아 초단의 고모라는 소식에 다시 박수가 터졌다. 바둑인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오랜 친구처럼 정겹다.

지난 12일에는 90여명의 남녀 어르신들이 경기도 가평 유명산 계곡에 위치한 지지옥션 연수원을 찾았다. 일산의 한 노인대학 재학생들의 봄 소풍이다.

사흘간 내렸던 비가 그쳐 계곡물이 콸콸 넘쳤고 바람은 따뜻하고 산자락에는 신록의 기운이 완연했다. 어르신들은 종이 비행기 접어 날리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보물찾기, 장기 자랑, 퀴즈 대항전, 비석치기, 자치기, 오자미 던지기 등 추억의 놀이를 함께 하며 즐거워했다.

점심 무렵 승순선 여성바둑연맹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김지은 김려원 송예슬 강다정 등 여자 아마 고수들이 도착했다. 이들에게 할당된 첫 번째 임무는 점심밥 배식이다. 유명산의 풍치를 감상할 틈도 없이 저마다 음식 접시를 들고 어르신들 사이를 오가며 구슬땀을 흘렸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커피타기와 과일깎기 차례인데 막내 강다정의 과일 깎는 손길이 매우 불안해 보인다. 보다 못한 김려원이 얼른 칼을 받아 들었다. 든든한 팀웍이다.

이윽고 즐거운 레크리에이션 타임. 어르신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노래와 춤솜씨를 뽐내는 동안 여고수들은 다시 설거지 특명을 받았다. 100개가 넘는 접시와 국그릇, 수저들. 아마도 집에서는 찬물에 손 한 번 담가보지 않았을 처녀들이 오늘만은 흔쾌히 맨손으로 접시를 닦는다. 경험 미숙으로 설거지가 늦어지자 여성연맹 임원들이 거들어 겨우 한 시간 만에 임무를 완수했다.

그제서야 놀이마당에 초대돼 어르신들과 함께 신발 벗어 던지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둑 두는 아가씨들은 모두들 왜 그렇게 예쁘지? 바둑을 얼굴로 두는감?" 오랜만에 도심을 떠나 대자연의 품에서 한 나절을 즐긴 어르신들도 아주 흡족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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