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은행인 '메가뱅크'의 탄생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에 또다시 나섰기 때문이다. 어느 금융지주회사든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금융권 지각 변동은 불가피하다. 자산규모 346조원으로 금융업계 1위인 우리금융을 손에 넣게 되면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메가뱅크'가 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7일 우리금융에 대한 재매각 절차 착수를 공식 의결했다. 또 이튿날 관련 사실을 공고했는데, 다음달 29일까지 입찰 참가 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 작업에서 정부는 2001년 우리금융을 만들며 투입한 12조7,000여억원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7조4,0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7%)을 매각해 국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놓고 메가뱅크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우리금융이 추진하던 독자 민영화 방안이 배제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공자위가 최저 입찰 규모를 지난해 '4% 지분 인수 또는 합병'에서 '30% 이상 지분 인수 또는 합병'으로 바꾸면서 사실상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지주에게만 입찰 자격을 준 게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은금융 밀어주기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공자위 조치가 당초 산은금융지주가 원했던 방향으로 결론 나면서 "정부가 메가뱅크론을 주창해 온 강만수 산은 회장을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업계에선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 산하 자회사에 대해서도 공자위가 일괄매각 방침을 정하면서 이를 선호해 온 산은지주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분리매각 시 인수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었던 다른 금융지주사나 경남, 광주은행 인수를 노렸던 지방은행들의 참여 의지를 꺾어 놨다"고 말했다.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산은금융에게 우리금융을 억지로 붙이는 모양새로 흘러가다 보니 민영화 작업이 아니라 대형 관치금융 작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산은+우리' 조합의 시너지가 없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또 정부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 대해서는 승인을 미루면서 '메가뱅크'를 추진하는 건 시장 질서를 왜곡ㆍ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