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제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1년 사이 세 번째다. 그의 잦은 방중 목적과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 방중 일정과 행선지가 공개되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최근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중 경협과 관련이 깊을 개연성이 높다. 양국의 교역 통로인 두만강 접경의 남양-투먼 철도를 이용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 들어 북중 간에는 두만강 유역권인 라선특구 합작개발과 압록강 하류 황금평ㆍ위화도 개발 및 신압록강 철도 건설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경협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남북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남북 경협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 사이 북중 경협과 교역이 활발해지고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폐쇄적인 자립경제 노선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교역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우려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 따라 우리 정부의 5ㆍ24 대북 제재조치의 압박 효과가 희석되고 남북관계 회복이 지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6자 회담 재개 등 북핵 문제 논의에 돌파구가 열릴 것을 기대하는 견해도 있으나,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미뤄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정일 방중과 관련해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김정일이 아니라 아들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가 10시간이나 지나 뒤늦게 정정하는 소동을 피운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간 김정은 방중설이 많았고, 지난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다시 방문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운 사정은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북한 지도자의 방중에 관한 정보 판단을 그르친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 정보 당국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