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숭배/클라이브 해밀턴 지음ㆍ김홍식 옮김/바오 발행 ㆍ344쪽ㆍ1만6,000원
성장의 광기/마인하르트 미겔 지음ㆍ이미옥 옮김/뜨인돌 발행ㆍ332쪽ㆍ1만5,000원
경제가 성장하면 인간은 소유를 늘려서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에 비례해 행복해질까? 최근 나란히 출간된 <성장 숭배> 와 <성장의 광기> 는 모두 이 질문에 '그렇지않다' 고 답하는 책이다. 성장의> 성장>
호주의 경제학자 클라이브 해밀턴이 쓴 <성장 숭배> 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성장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장>
저자는 좌ㆍ우파를 막론하고 어떤 정부든 성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경제가 성장하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런 믿음은 단지 망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광범위한 자료와 통계를 동원해 일정 정도 경제가 성장한 국가의 경우 경제성장이 인간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는 1960년대 이후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운 60년대 비해 약 250배가 늘어났고, 96년에는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2011년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달러에 이르고,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를 차지할 만큼 경제성장의 모범 국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이 같은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인들의 자화상은 우울하기만 하다.
여러 조사를 보면 세계에서 한국인의 행복도는 최하위권이며(영국 레스터대 103위),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70%는 '나는 불행하다'고 대답(삼성경제연구소 2008)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1위고(세계보건기구 2009), 출산율은 가장 낮으며(통계청 2007),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제는 성장했지만 한국인의 삶은 결코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경제성장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행이 경제성장을 지탱해 준다고 지적한다. 즉 현대 소비자본주의는 사람들의 불만족 상태를 계속 조장해서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하며, 광고 산업의 본질적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경제성장이 행복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경제성장으로 행복을 주던 많은 요소들, 즉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 공동체, 환경 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놓는 경제성장에 따른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하다. 성장 이데올기에서 벗어 던지고 축소이행을 통해 새로운 정치철학, 즉 탈성장을 지향하는 유디머니즘(행복주의)을 제창한다. 이 철학이 제안하는 것은 개인적, 집단적 행복을 찾아 나서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현재 상태에서 자본주의적 생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경제사회학자인 마인하르트 미겔이 쓴 <성장의 광기> 는 "광기에 가까운 성장지상주의가 곧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성장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게 됐는지에서 시작해 성장 지상주의가 환경 자원 공동체 등에 미친 악영향을 하나하나 짚어 본다. 사실 경제성장은 공짜가 아니다. 성장의 이면에는 인간의 팽창 충동 덕분에 처참히 유린당한 자연, 더 많이 가진 자들의 욕심으로 인해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된 가난한 사람들, 서로 돌보는 기쁨과 안온함을 외면한 공동체가 있었다. 경제성장과 물질적 복지에 의해 좌우되는 공동체는 불안하다. 성장 지상주의는 굶주린 자들에게 순간적으로 환영받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온전한 삶의 기초와 탄탄한 물질적, 비물질적 복지를 당장의 먹을 것과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이제 물질적 팽창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며, 그 빈자리는 문화적 발전, 서로 돌보기 등이 채워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장의>
저자는 앞으로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은 정신적 복지의 회복뿐이며 그 핵심에는 교육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는 지식과 능력을 최대한 많이 가르쳐야 하지만 나아가 지적인 교육 외에 감성적이고 사회적인 잠재력을 한껏 육성해야만 한다. 교육이 불안정한 존재를 안정된 사람으로 만들어 주면 이는 의식의 변화에 심오하게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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