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실질소득이 2분기째 뒷걸음질쳤다. 월급봉투가 다소 두툼해지긴 했지만, 그보다 물가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살림살이는 점점 더 팍팍해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1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 줄었다. 전분기(-1.2%)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1분기 가계 명목소득은 월평균 38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근로소득이 5.3% 늘어난 것을 비롯해, 사업소득 2.4%, 재산소득 13.7% 등 모든 소득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보인 건 소득 증가율보다 물가 오름폭이 더 컸기 때문.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넉 달째 4%대 고공 행진 중이다.
이러다 보니 가계의 지출도 확대됐다. 물가가 오르면서 똑 같은 씀씀이에도 지출액이 늘어난 탓이다. 1분기 가계지출은 월 317만6,000원. 전년 동기보다 4.7% 늘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지출이 8.4%나 늘었고, ▦의류ㆍ신발 9.3%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 8.5% ▦보건지출 10.9% ▦교통 지출 11.5% 등의 증가폭이 컸다.
고물가는 필수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가계에 더 많은 영향을 줬다. 소득수준을 5단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6.8%)와 2분위(11.2%)의 지출 증가폭이 나머지(0.6~4.3%)보다 훨씬 높았다.
세금이나 연금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가계의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만드는 요인. 1분기 비소비지출은 73만7,000원으로 6.1%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2.9%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06년 1분기(30.5%)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30.5%. 특히 1분위의 적자가구 비중은 62.0%에 달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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