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시티/한국일보 문화부 지음/생각의나무 발행·343쪽·1만6,800원
1886년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 세워진 구 담배 공장 프리쉬라벨드메. 벽의 칠이 벗겨지고 금세라도 주저앉을 듯 건물은 허름하지만 이곳은 마르세이유의 문화를 상징한다. 매년 500회 이상의 문화 행사가 열리고 12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마르세이유는 프리쉬라벨드메를 디딤돌 삼아 유럽의 대표 문화 도시로 도약했다.
최첨단 고층건물과 콘크리트 덩어리만이 현대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를 품고 자연의 풍미를 간직하며 문화적 향기를 내뿜는 곳이 적지 않다. 국내 많은 도시가 돈의 논리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개발되고, 역사와 사람의 향취를 지울 때 세계의 유명 도시들은 과거를 껴안고 사람을 품었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올바른 정책 방향과 시민들의 협조 등이 어우러져 인간의 얼굴을 지닌 도시로 가꾸어진 것이다.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지난해 8개월 동안 16개국 29개 동시를 방문한 뒤 이를 30차례에 걸친 시리즈로 지면에 반영하며 얻은 결론이다.
<소프트시티> 가 소개하는 도시들은 하나하나 흥미롭고 우리에겐 시사적이다. 이들 사례가 정답이라 할 수 없겠지만 국내 도시 개발과 미화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탄광촌에서 예술 도시로 탈바꿈한 영국 게이츠헤드, 교통신호등과 차선을 없앤 네덜란드 드라흐텐, 2차 세계대전과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독일 베를린, 불모의 섬을 현대미술의 메카로 바꾼 일본 나오시마(直島), 거대한 탄광 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킨 독일 에센 등의 모습은 간단치 않은 의미를 던진다. 소프트시티>
'도시, 역사와 대화하다' '도시, 새로운 꿈을 꾸다' '도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하여' 세 장으로 나누어 각각의 도시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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