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힘들 때마다 뛰고 또 뛰었다. 잡념이 없어져야만 가난과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급 장애인인 홀어머니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 샅바를 잡았다. 세상을 향한 소년의 뒤집기가 시작됐다.
23일부터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열리는 스페인 전통씨름 루차 카나리아와의 국제 교류전에 한국대학 대표팀으로 출전한 예비 씨름스타 최정만(21ㆍ경기대3)의 얘기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간호와 운동을 병행, 현재 대학부 용장급(90㎏이하) 1인자로 성장했다. 어머니 이희수(61)씨는 아들이 네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장애인이 됐다. 당뇨와 고혈압, 살이 썩는 병 등 합병증으로 고생했고, 수 차례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모자(母子)는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보조금과 장애인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았다.
오직 씨름 덕에 웃을 수 있었다. 굳게 잡은 샅바에 모자의 모든 꿈을 실었다. 그는 “프로에 입단해 장사 타이틀을 따서 돈을 많이 벌면 어머니와 자가용을 타고 여행을 하며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외에도 은혜를 갚아야 하는 후원자가 있다. 연세치과의 의사 지창주씨는 그에게 ‘키다리 아저씨’다. 친척이 없어 명절맞이도 못하는 최정만을 불러 소고기도 사주고 용돈도 챙겨줬다. 매달 후원금도 보태고 있다.
최정만은 대학 선배 임태혁(수원시청)의 계보를 잇는 기량과 외모를 다 갖춘 ‘얼짱 몸짱’ 씨름 선수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모래판을 휩쓸었다. 2009년 1월 대학부 첫 출전 대회에서 영덕대회 용장급에서 선배들을 모두 제압하고 황소 트로피를 받았고, 한달 뒤 횡성 대학장사씨름 최강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2009년에 이어 이번 교류전에 참가한 최정만은 23일 라스팔마스 선발팀과 승부를 펼친다.
마드리드=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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