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기디언 래치먼 지음·안세민 옮김/아카이브 발행·432쪽·2만원
2008년 9월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외교 문제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에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가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는 윈윈 게임에서 경쟁과 분열이 지배하는 제로섬 게임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세계 역사를 전환의 시대(1978~91년), 낙관의 시대(91~2008년), 불안의 시대(2008~현재)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 78년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은 그해 12월 덩샤오핑(鄧小平)이 결정한 중국의 개혁개방을 강대국들의 세계화의 출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환의 시대에는 자유시장과 민주화를 향한 움직임이 세계적 추세였다. 중국의 개방뿐만 아니라 레이건과 대처가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급진적 경제 개혁, 유럽의 단일시장 출범, 라틴아메리카의 개방, 인도의 개혁 등이 이 시대에 일어났다. 또 80년대에는 라틴아메리카와 한국, 동유럽 공산권 등 16개국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91년 겨울 구 소련이 사라지고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으면서 전환의 시대는 끝났다.
낙관의 시대는 세계 어느 국가도 미국에 맞설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의 힘이 강력했던 시기다. 주요 강대국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라는 비전을 공유해 국제 갈등의 가능성이 줄어든 윈윈의 시대였다. 저자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앨런 그린스펀 등의 인물들을 통해 이 시대의 사상을 보여 준다. 또 미국이 아시아, 유럽 국가들과 민주주의, 시장, 민주적 평화, 기술력에 대한 믿음 등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었는가를 설명함으로써 주요 강대국이 왜 세계화를 수용했는지, 그리고 윈윈 시대가 어떻게 창출됐는지를 설명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는 국제정치가 위험하고 불안정해진 불안의 시대다. 이 시대에 제로섬 논리가 횡행하게 된 것은 낙관의 시대를 지탱했던 민주주의 자유시장 기술혁명 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국제 질서를 개편하는 새로운 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중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라이벌 관계로 인해 세계가 한 나라의 이익이 다른 나라의 손실을 의미하는 제로섬 논리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의 시대에 등장한 기후변화 경제불균형 같은 새로운 글로벌 문제의 특징,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주요20개국(G20) 유엔 기후회담 등을 무대로 나타난 글로벌 거버넌스 추진 움직임,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경제적 경쟁 심화가 세계 문제 해결이 걸림돌이 되는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제로섬 논리를 극복하고 윈윈의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낙관의 시대의 특징들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미국의 입장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지난 30년간 시대별로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잘 포착해 세계 정치, 경제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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