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 논란과 관련,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당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7∙4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선거가 어렵다고 해서 정당정치 개혁을 후퇴시키거나 쇄신의 명분과 원칙을 상실하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황 원내대표가 전했다.
이로써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엔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 유지 입장인 박 전 대표 및 오세훈 서울시장 대(對) 규정 폐지를 주장하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전선'이 그어졌다. 한나라당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는 대선주자가 당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해 집단지도체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소장파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다만 그는 전당대회 선거인단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타당성이 충분하다"며 "계파에 의한 전당대회라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선거인단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박근혜 역할론'과 관련해 당장 전면에 나설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당이 평소에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선거 준비를 하는 것이 왕도이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인위적인 박근혜 역할론 등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폐지할 경우 대표 경선 과정에서 범친이계 후보들이 연대할 수 있는데다, 박 전 대표가 대표를 맡더라도 내년 총선 등에서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판단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세 철회와 당내 노선 논란, 20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신임 당 지도부의 조찬 회동 등 다른 현안들과 관련, 황 원내대표는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30분 가량 진행된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양측은 회동 시간과 장소에 대해 함구했고, 황 원내대표는 '보안'을 위해 수행 비서를 국회에 남게 했고, 막판에 회동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저도 힘들다"고 토로하면서도 실제 회동이 어디서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총리대신이 여왕에게 가서 보고하는 것인가"라며 비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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