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대공포 부품을 수입 규격 제품으로 둔갑시켜 군에 납품하고 해군의 음파탐지기 부품 단가를 부풀려 거액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1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군납업자가 검찰과 경찰에 적발됐다. (본보 2월11일자 1ㆍ3면, 5월2일자 10면 참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조사를 벌여 엉터리 오리콘 대공포 몸통 79개를 국방부에 납품한 N사 대표 안모(52)씨를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부산지검은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안씨를 구속 수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1998~2004년 6차례에 걸쳐 무기 제작 경험이 없고 열처리 등의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부산의 Y업체에 폐기된 포 몸통과 원자재, 폐기된 포 몸통으로 역설계한 도면을 건네주고 포 몸통 79개(48억8,000만원 상당)를 만들게 한 뒤 국방부에 위장 납품한 혐의(사기)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실험 결과, 안씨가 납품한 포 몸통은 열처리를 하지 않아 강도가 떨어져 조기 손상이 발생하는 불량품이었다. 특히 79개 가운데 6개는 훈련사격 시 조기 균열되거나 파손됐고, 올해 3월 충남의 한 사격장에서 정기사격 훈련 중 정상의 6분이 1 수준인 800발 사격에 포 몸통이 두 동강이 나 회수된 적도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안씨는 불량 대공포 몸통을 일반 물자인 것처럼 홍콩 등으로 반출했다가 정상 수입품인 것처럼 수입면장 등을 위조해 미국 T사 명의로 오리콘포 제작회사인 스위스 콘트라베스가 만든 규격 제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부산지검 외사부(부장 양호산)는 해군 함정에 공급되는 부품의 납품가를 부풀려 신고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등으로 안씨를 지난 17일 구속했다. 안씨는 200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해군 함정의 음파탐지기 센서에 들어가는 부품인 '세라믹 진동자'를 수입하면서 거래가격을 4배 가량 부풀린 허위 서류를 부산 세관에 신고한 뒤, 이 서류를 이용해 방위사업청에 적정가격의 4~5배로 납품하는 수법으로 5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다.
지난 15일 안씨 자택과 N사 등을 전격 압수 수사한 검찰은 이 회사가 미국 거래업체에 부탁해 가격을 부풀린 견적서와 송품장을 제공받고, 이를 세관과 방위사업청 등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방위사업청과의 계약 과정에 유착 등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 방사청 관계자의 소환 등 구체적 계획은 없다"면서도 "계약 체결 과정 점검 결과 등에 따라 수사 방향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