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사가 아니라 몸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 몸속 독을 배출하고 병을 없애는 길잡이를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불교에 귀의한 뒤 31년간 산과 들의 자연 재료들로 반찬을 해먹었다는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50)스님의 말이다. 스님은 어린 시절 몸이 매우 약했다고 한다.
"갓난아이 때 어머니 젖을 잘 먹지 못해 잔병치레가 많았습니다. 감기는 항상 달고 다녔고 툭하면 쓰러지곤 했죠. 의원도 없는 시골마을에서 자랐는데 맥을 짚을 줄 아는 동네 분들이 저를 보곤 오래 못살겠다며 혀를 차곤 했었죠." 다행히 큰 병 없이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그는 고등학교 졸업 무렵인 1980년 우연히 한 스님의 강연에 감동받아 출가를 결심한다.
스님은 그 해 8월 경기 화성시 신흥사로 들어갔다.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중요성을 실감한 건 13년 후 간경화 판정을 받고 나서부터다. 절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대상 수련원의 마음공부 교사로 활동하면서 몸을 돌보지 않아 탈이 나고 말았다. "아이들 먼저 챙기다 보니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또 정해진 시간 이후엔 밖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몸이 망가질 수밖에요."
스님은 건강을 되찾을 해법을 먹을거리에서 찾았다. 당시 승가대학을 다니며 '사찰음식문화연구'란 논문을 준비하던 터라 어떤 음식이 몸과 정신을 맑게 하는지 이론과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수련원 생활을 중단하고 몸을 돌보며 자연 재료로 만든 사찰음식을 본격적으로 섭취했다. 자연스레 병도 호전됐다. 이후 경험을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효능과 불교적 해석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절간 음식의 대중화를 꾀했다. 연구소를 운영하며 그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제철음식으로만 조리한 사찰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불교방송, 라디오 등에 출연해 대중화에 힘썼고 일주일 중 6일간 강연을 하는 강행군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의 음식철학에는 불교적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불교에서 육식을 금하는 것은 생명존중의식 때문입니다. 생명에는 '유정'과 '무정'이 있는데 동물처럼 아픔을 느끼는 생명체는 유정, 식물, 공기, 흙 등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것들은 무정이라고 합니다. 불교는 이 둘을 모두 중생으로 보며 이것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음식철학을 바탕으로 삼고 강의와 외부 활동으로 전하지 못하는 부분을 담아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이란 책도 최근 냈다. 스님은 "책에는 알고 있는 것들을 절반도 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열반경> 을 보면 부처님이 지혜를 구하러 온 중생들에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너는 무엇을 먹고 사느냐'입니다. 우리 모두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되돌아 보길 바랍니다." 열반경> 선재스님의>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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