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부인과 외동딸이 튀니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리비아 내에서 카다피의 통제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거나 시급히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튀니지 보안당국 소식통은 18일(현지시간) "카다피의 부인 사피야(58)와 딸 아이샤(35)가 14일 리비아 대표단을 대동하고 국경을 넘어 튀니지로 왔으며 지금 남부 지방 제르바섬에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그들은 17일 떠날 예정이었지만 아직 제르바 섬에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들이 제르바섬 난민센터에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부인과 딸의 튀니지행이 먼저 튀니지로 와 망명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던 석유장관 슈크리 가넴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넴 장관은 리비아 국영 석유공사 사장을 겸하며 과거 3년 동안 리비아 총리를 지내기도 한 거물이다. 리비아 반군 측은 내전 중에 부상을 당한 아이샤의 남편도 치료를 받기 위해 튀니지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카다피의 장남 무하메드도 튀니지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국영 TV는 "헛된 소문", "반군이나 서방 측이 획책한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알 아라비아도 튀니지 내무부가 카다피의 가족이 며칠 전부터 자국에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튀니지 내무부 대변인은 카다피의 가족이 튀니지에 입국할 경우, 유엔의 여행금지 결의에 따라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동딸인 아이샤는 눈에 띄는 외모와 카다피의 딸이라는 이유로 '리비아의 얼굴'로 불리며 상당한 사랑을 받아왔다. 아이샤는 내전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아버지를 지지하고 정치적 선동을 위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달 전에는 바브 알 아지지야에 있는 카다피의 관저에 나타나 "카다피의 하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모욕이다. 왜냐하면 카다피는 리비아에 있지 않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국영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아이샤는 2004년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 변호인단에 자원해 활동하기도 했다.
한편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는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다피 등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음을 리비아 외무장관에게 공식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