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퇴임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최후 통첩을 보냈다.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받아 들여 민주국가로 탈바꿈하지 않겠다면 정권을 내놓으라는 경고다. 미국은 이와 함께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직접 제재에 돌입했다. 시리아 사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아사드 미국 자산 동결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사드 대통령을 비롯, 시리아 정부 인사 7명의 미국 내 자산과 미국 재판관할권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이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한 제재와 동일한 수준이다.
제재 대상은 아사드 대통령과 파루크 알 샤라 부통령, 아델 사파르 총리, 모하마드 이브라힘 알 샤르 내무장관, 알리 하비브 국방장관, 압둘 파타 쿠드시야 군 정보사령관, 모하메드 디브 자이툰 정치보안담당 책임자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민주주의 탄압과 시민들의 체포를 중단하고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는 정치적 이양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치적 변화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퇴임하느냐는 이제 아사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축출 염두에 뒀나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제재는 19일 새로운 중동 정책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이뤄진 것이다. 이는 민주화를 선택하는 국가에는 대규모 경제 지원과 원조 등 당근을 주겠지만, 독재국가에는 채찍을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재가 실제로 아사드 대통령에게 얼마나 타격을 줄 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 동안 대(對) 시리아 제재를 주저해왔던 미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사실 미국은 아사드 대통령을 이란의 영향력을 제어하고,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평화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용주의자이자 잠재적 개혁자로 보고 희망을 가져왔다. 지난달 시라아 정보 당국과 아사드의 친척 2명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도 아사드대통령을 제외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이 탱크까지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서며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잇따르자 미국으로서도 더 이상 아사드 대통령을 감싸고 돌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러날 기미 안 보여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대통령은 "국가 위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 관영 사나(SANA)통신은 19일 미국의 제재 조치를 겨냥, "이스라엘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 중동정책 가운데 일부"라며 "미국의 제재는 시리아 정부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구나 그는 18일로 예정됐던 총파업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 조치에 러시아가 반대하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시리아에선 3월 중순 이후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으로 지금까지 850여명이 숨지고 8,000여명이 체포됐다. 18일에도 시위대 8명이 사망하는 등 북부 홈스와 서부국경지대 탈칼라크 등을 중심으로 반정부시위가 계속되며 인명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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