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아동 방임, 미리 막아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아동 방임, 미리 막아야

입력
2011.05.19 12:01
0 0

서울 광진구 3세 아동 사망사건은 우리 주변에서도 친부모가 어린 자녀를 숨지게 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확인시켰다. 아버지는 3살배기가 자신의 핏줄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매일 폭력을 일삼았다. 아이는 비명과 울음으로 호소했지만 들어주는 사람 없이 비참한 삶을 마감해야 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쓰레기 더미에 버렸고, 한 달 동안 선량한 시민으로 행세했다.

'화장실 3남매'에 죄책감

이웃은 밤새 들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기억하나, 아무도 그 가정의 은밀한 폭력에 관심을 갖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법원은 친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친모는 나머지 자녀 2명의 양육을 고려해 기소가 유예됐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새우잠을 자고 시식용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공원 화장실에서 살아온 어린 3남매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다시 죄책감에 빠졌다. 끔찍한 환경에 버려진 아이들은 그 나이에 발달해야 하는 인지능력은 물론 일상생활 능력도 부족하다. 부모가 자녀를 방임하고, 사회가 그 부모의 양육을 방임한 결과다. 그 많은 학교, 그 많은 지역사회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들도 이 아이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

두 사건은 저출산 대책의 틈을 보여 준다. 그러나 같은 듯 다르다. 아동 학대는 어른이 아동에게 양육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행위이다. 아동 방임은 양육자로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고의적, 반복적으로 아동의 발달을 소홀히 하는 행위이다.

정서적, 교육적 방임은 아동의 우울과 학교 이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적, 물리적 방임은 아동을 사망케 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 방임을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은 방임의 예방은커녕 학대로 판정된 사례만 치료했다. 재학대 사례가 매년 급증하는 이유다.

부는 2005년 합계출산율 '1.08' 쇼크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매년 예산을 증액했다. 2010년 합계출산율은 1.22로 증가했다. 그러나 방임되고 학대 받는 아동의 고통이 매년 3배 이상 늘어나고 재발되는 한, 저출산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지난 주 발표된 전국 아동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학대 사례는 매년 증가해 2010년 33,000명이 특별 보호를 받았다. 유형은 방임, 정서 학대, 신체 학대, 성 학대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80%가 초등학생 부모이다. 이들은 양육 방법의 부족, 빈곤으로 인한 양육 부담, 스트레스, 고립, 중독, 질환으로 자녀를 학대한다.

특히 한부모가정과 다문화가정의 방임이 심각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초등학생을 둔 한부모와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경제적 양육부담을 경감시키고, 부모 교육을 통한 양육 방법을 지원하고, 지지망을 구축해 스트레스와 고립감을 줄여 부모의 자신감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예방 대책이 보다 효과적이다.

정부는 '화장실 3남매 사건'을 계기로 23일부터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회적 약자를 찾는 전국조사를 실시한다. 시민 신고를 받는 복지콜센터도 운영하고, 주거와 의료 중심 긴급복지지원 예산 580억 원도 투입된다.

저출산 대책 틈 메우는 일

그러나 이런 대책이 아동 방임의 원인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없다. 욕구를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의 역할 분담은 물론 중앙과 지방정부 간 역할이 분명치 않다. 전국에 4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해 놓고, 또 다른 일을 벌인다.

1987년 저출산 쇼크에 빠졌던 일본의'4남매 방임사건'에 기초한 영화 <아무도 모른다> 는 지방 정부들이 방임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구축하게 했다. 우리도 지역사회복지관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잠재적 위험에 개입하여 방임을 예방해야 한다. 이는 곧 저출산 대책의 틈을 메우는 일이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