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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혹하게… 무디게… 檢의 이중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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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혹하게… 무디게… 檢의 이중칼날

입력
2011.05.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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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정(情)이 있다. 세상의 모든 죄를 벌하려 들지 마라." 법조문에만 매달리다 보면 검사가 아닌 '법 기술자'가 될 수 있다며 이를 경계하고자 검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을 보고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검찰이 1년 가까이 수사해 밝혀낸 김씨의 횡령액은 8,750만원. 죄를 발견해 처벌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업무라고 할 때 김씨 기소는 불가피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왕의 검찰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김씨 기소에서는 기소독점권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횡포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한 말이 있다. "안 되는 사건은 버릴 줄 알아야 된다." 먼지떨이식 수사, 본질에서 벗어난 별건 수사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씨 사건도 그렇다. 이 사건은 당초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김씨가 KB한마음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참여정부 실세들에게 제공했다"고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됐다. 즉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비리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불법 정치자금은 없었다. 한 지검장 말대로라면 '버렸어야 할 사건'을 1년이나 붙잡고 있다가 개인비리로 기소한 것이다. 김씨 변호인의 "김씨는 또 한번 사찰을 당했다. 국가가 힘없는 시민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호소력 있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신동아건설 회장의 사기대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불입건 처리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없고 비난 가능성이 적을 경우 관용을 베풀 수 있다며, 기업인 수사의 새 기준을 적용했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BBK 사건의 에리카 김씨에 대해 319억원 횡령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동생 김경준씨가 복역 중이고,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며 기소유예, 법에도 정이 있음을 보여줬던 검찰이다. 김씨에게는 그런 기준이나 정을 적용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권지윤 사회부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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