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관치 우려를 씻을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전제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찬성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제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만나'조건부 찬성'의사를 밝혔고, 곽 위원장은 그에 걸맞은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로써 연기금의 대기업 주주권 행사는 분명한 정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대한 재계와 사회 일각의 반발은 예상한 대로다. 그러나 '연금 사회주의' 운운하며 마치 주주권 행사가 시장경제 기본원리에 반하는 양 떠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우리는 애초 곽 위원장이 제시한 기본 방향에 찬성하면서도 정치권력이 기업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점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최근 이익공유제 논란 등으로 대기업과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이 들고 나온 정책이란 점에서 우려는 더욱 크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책 자체에 이념의 색깔을 입히려는 태도는 정치권력 못지않게 경계해야 할 경영주의 사적 이해를 도울 뿐이다. 더욱이 국민 다수의 희생을 무릅쓴 고환율 정책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도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대기업과 경영주에 대한 국민의 눈길이 날로 험해지는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원론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의결권과 배당요구권은 주식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과소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한 총수들의 거침없는 전횡이야말로 시장경제 원리와 동떨어진 우연의 산물일 뿐이다. 그런 우연을 언제까지나 즐기려는 자세야말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
중요한 것은 연기금 주주권 행사 여부가 아니다. 앞으로 구성될 민간위원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자유롭게 연기금의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느냐 여부다. 따라서 모처럼 기본 방향을 바로 잡은 여당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관치 우려를 최소화할 민간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안을 다듬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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