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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청소년] <3> 게임중독에서 돌아온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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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청소년] <3> 게임중독에서 돌아온 아이들

입력
2011.05.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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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수렁서 빠져나오니 진짜 세상이 보이고 꿈도 살아났어요"

'놀토'(학교가 쉬는 토요일)였던 14일 화창한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PC방. 어둠침침한 실내에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30여명의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중2인 우영(가명)은 "오늘은 학생 수가 적은 편"이라며 "시험이 끝난 뒤 '놀토'엔 PC방이 애들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곁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하던 중3 재민(가명)도 "일주일에 두세 번 PC방에 오는데 다른 애들보다 적게 오는 편"이라고 거들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0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4%다. 청소년 10명 중 한 명은 인터넷 중독인 셈이다. 성인 중독률(5.8%)보다 2배 이상 높다.

고1인 정민(가명)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게임중독자였다. "한마디로 '게임 무한반복'의 생활이었죠.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마치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처럼 손가락이 움직일 정도였어요." 그가 게임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재미로 시작했던 인터넷게임은 6학년이 되자 중독 수준이 됐다.

게임 때문에 부모님과 싸우는 일도 잦았다.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PC방에 가기 일쑤였다. 집에 와선 공부하다 왔으니 좀 쉬겠다며 또 게임을 했다. 그런 채로 중3이 되자 덜컥 겁이 났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니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뜻대로 안됐어요. 마음 먹고 책상 앞에 앉아도 자꾸 게임 생각이 나서 10시간 동안 겨우 문제지 2장밖에 못 풀 정도였어요."

정민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엄마에게 울면서 "공부하고 싶은데 머릿속에서 게임이 떠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수소문 끝에 엄마가 찾은 건 한국청소년상담원 '인터넷 레스큐 스쿨'.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을 뽑아 11박12일 동안 합숙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가 심리상담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하고, 암벽등반, 스킨스쿠버 등 체육활동으로 새로운 취미를 찾도록 도와 준다. 정민은 "입소 뒤에도 처음 사흘 동안은 게임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두진영 연구원은 "이틀째부터는 많은 학생들이 금단증상을 보인다"며 "두통을 호소하거나 불안증세로 화장실에 서너 시간씩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와 비슷한 기계만 보이면 달려들어 게임을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탓에 레스큐 스쿨에 있는 현금자동인출기(ATM)가 고장 나는 일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레스큐 스쿨의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평온을 찾는다. 정민도 "수업이 재미있는 데다 선생님들도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며 "나흘째부터는 나도 게임을 안하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두 연구원은 "레스큐 스쿨의 목표는 인터넷을 완전히 끊게 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쓸 줄 아는 제어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1인당 약 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직접 내는 돈은 10만원이다.

이후 정민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퇴소 후 인터넷 게임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젠 게임에 빠져 있느라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다시 즐긴다. 꿈을 이루려고 이전보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한다. 무엇보다 게임 때문에 엄마와 부딪힐 일이 없어졌다. 정민은 요즘 "게임을 끊으니 내게 시간이 이렇게 많은 줄 새삼 깨달았다"며 "호텔경영학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 호텔리어가 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인터넷 중독 예방ㆍ치료교육 시설은 부족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약 79만명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2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터넷 중독 집중 치료기관인 레스큐 스쿨은 지난해 1회 20명씩 7번 진행됐을 뿐이다. 수료자 수로 따지면 131명이다. 해마다 신청자가 늘고 있지만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1회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기구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중독 치료 전문가인 이형초 사단법인 인터넷꿈희망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민관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며 "언제든 인터넷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 중국은 인터넷 카페에 청소년 출입 금지

청소년 인터넷 중독을 줄이려는 각국 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인터넷 중독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청소년인터넷협회'의 청소년 인터넷 중독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6∼29세 청소년 중 14.1%가 '인터넷 중독자'로 분류됐다. 인원 수로는 무려 2,404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18∼23세 사이의 청소년이 15.6%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정부가 나서 강력한 규제책을 펴고 있다. '인터넷 게임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해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인터넷 카페 출입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또 '5시간 이상의 인터넷 게임 제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인터넷 중독자 중 치료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열기도 한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인터넷 중독 예방활동을 벌인다. 2001년 심리상담 기관인 '킴벌리 영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인터넷 중독 여부를 알 수 있는 'Young 척도'를 만들어 인터넷 중독 예방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9년 문을 연 시애틀 인근 폴시티의 '헤븐 필드 보호센터'는 미국 최초의 인터넷 치료센터다. 45일 동안 게임ㆍ인터넷ㆍ문자ㆍ채팅 중독 등을 집중 관리하고 치료한다. 학부모 단체인 '전국 미디어ㆍ가족 협회'는 학부모들이 직접 유해 여부를 검토하고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은 정부와 민간이 상호 협력해 인터넷 중독 예방에 나선다. 인터넷 중독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아동 착취ㆍ온라인 보호(CEOP)센터'와 국립중독센터를 설치해 청소년의 올바른 인터넷 사용을 지도한다. 2009년 11월에는 게임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영국 최초의 재활 클리닉인 '컴퓨터 재활 클리닉'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각국의 인터넷 중독 관련 정책을 비교한 '주요국의 인터넷 중독 해소 정책 및 시사점'을 펴냈다. NIA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선진국에 비해 민간부문의 자율적 활동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보다 민간 부문과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 의학적 관점에서 본 청소년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

청소년기의 인터넷 중독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들어 힘을 받고 있다.

최정석 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인터넷 중독이 심하면 불안, 우울, 불면증, 충동조절 장애 등을 동반한다"며 "그런 증세를 보일 때에는 반드시 정신과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연구 결과 중에는 인터넷 중독인 경우 뇌에서도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국립공주병원의 이재원 뇌기능연구소장은"인터넷 중독인 청소년의 뇌파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증상을 경험했던 청소년의 뇌파와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인터넷 중독을 개인의 의지 만이 아닌 뇌기능 장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전두엽은 대인관계, 인내력, 추진력 등 인간의 사회성 발달을 담당하는데, 청소년기의 인터넷중독은 전전두엽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인터넷 중독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정신과의 김현수 교수는 "인터넷 중독은 전 생애를 걸쳐 지속되는 충돌조절장애 즉 질병"이라며 "치료하지 않고는 상당한 기간 증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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